개인적 기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9
윤이형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XT>에 책 소개도 되고, 정용준도 이 작가에게 편지를 써서 읽어보고 싶었다. 짧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이 소설은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지율`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기 때 엄마가 우유젖꼭지 구멍을 크게 늘린 기억까지 기억하는 `지율`은, 우리 자식세대쯤 된다. 부모가 80년대생이고 부모의 직업은 웹툰작가, 웹디자이너. `지율`은 없는 살림에 자녀를 위해 노력하긴 했지만 집을 나간 엄마의 상을 47세에 겪으며, 사랑했던 연인 `은유`에 관한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는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2050년대쯤 되는데, SF소설처럼 변하지 않은 상황에 안도감을 느끼다가도 한편으로 느껴지는 삶의 팍팍함에 답답하기도 했다.

홀로 자기를 키우던 아빠를 떠나 자립하기 위해 34세때 게스트하우스 운영직원으로 일하다 `은유`를 만났고, 사랑(은유)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 기억을 잃게 해주는 약(오브)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약때문인지 사랑때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암튼 은유랑 헤어진 이유는 까맣게 잊어버렸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최대의 선물이 `망각`이라고 하던데, 학창시절엔 도무지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교과서, 참고서를 통째로 외우고 싶었고,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뭐든 기억해야만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삶이 가지는 혼돈과 정상적인 사랑의 감정조차 어려움을 읽고 나니, 내가 받은 `망각`이라는 기능이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랑을 한다는 것, 타인과 소통을 한다는 것... 누구에게나 생애 전체를 통해서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기억을 너무 잘하는 `지율`과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은유`의 이 이야기를 통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5-10-18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을 수없는 것 만큼 고통이 없죠..
확실히 망각은 축복입니다.

보물선 2015-10-19 17:30   좋아요 1 | URL
공부할땐 잊어버리지 않게 계속 복습하잖아요~
기억력 좋은 사람이 부러웠었죠.
하지만 지금은 적당한 `망각`, 꼭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껴요.

[그장소] 2015-10-19 17:35   좋아요 1 | URL
오랜 기억일수록 안 잊혀진다는 걸 생각하면 참..
이상하죠..되새김하는 것도 아닌데..
공부와는 좀 다른 뇌의 활성 같아요..

잊어야할건 잊는 편이 ...좋더란 걸 저도 이제야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