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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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잡은 단편부터 두근두근~

당신들이 나를 희대의 오지라퍼라고 불러도 좋다. 오지라퍼란 알다시피 우리말인 오지랖에다 `그 일을 하는 사람`내지는 `직업`을 뜻하는 영어의 어미 `-er`을 붙인 신조어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인식은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이미 정착했다고 보는데, 이 낱말의 출현은 `만인이 만인의 일에 신경 끌 것`을 지향하는 세계관을 반영한다. 타인의 분노에 공감하고 그의 광기를 제어하려 해보았자 개입한 사람만이 터진 새우 등처럼 만신창이가 되며 보상은커녕 피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인 요즘, 누군가에 대한 동정은 시간과 비용 낭비에 불과하고 정의라곤 깨금발로 서 있을 자리조차 잃은 때 나는 보기드문 오지라퍼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아와 질병을 없애고 폭력을 단죄하며 세상을 바꿔온 많은 이들이 이를테면 오지라퍼 아니었던가... 나만이 유난스럽게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주장할 마음은 없으며, 그것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도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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