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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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은 내게 첫사랑같은 작가이다. 그보다 고등, 대학교때 먼저 읽은 이문열, 조정래도 감명 깊었지만, 감성 끝판왕 신경숙을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로 만났을 때엔 필사를 거듭할만큼 좋아했다. 지금보면 청춘감성에 야릇한 사랑이야기들이라 오글거릴 뿐이지만, 25세 즈음의 나에게는 그만큼 맘에 드는 글이 없었다. 그 후 그녀의 글이라면 출간되는 족족 품에 안고 읽어댈만큼 좋아했다. 그렇게 함께 나이들어 갔다.

신경숙이 표절로 문단에서 욕먹고 매장되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때 보여주었던 그 사람의 태도는 참 마음에 안들었다. 첫사랑일지라도 실망은 실망이지... 그 덕분에 문단이 한번 들썩거렸다. 내 마음도 들썩였다. 아니, 많이 아팠다.

최근 몇 년만에 그녀의 새 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는데, 홍보되어 욕먹을까 겁났나 싶을 정도로 조용히 나왔다. <엄마를 부탁해>의 후속작 같은 <아버지에게 갔었어>.

사실 신경숙은 꾸준히 자전적 소설을 쓰던 사람이다. 그 문체 그대로 늙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도저히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욕을 먹으면서도 쓰고 출간해야하는 천형을 진 글쟁이. 지금은 완고하고 매력 떨어진 첫사랑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글. 애증이 깊다.

읽으면서 울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꿈도 꿨다. 그녀와 나는 이런 아버지를 가졌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구나 싶었다. 아빠가 가장 이뻐한 딸(나는 막내딸), 말씀은 많지 않으셨지만 식구들에게 헌신적이었던 분, 폭력이나 욕은 한번도 한 적이 없으셨던 분, 먹여살리려 힘 닿는대로 노력하셨고 말년에 딸에게 의지하셨던 것까지...

두터운 소설 내주어 고맙다. 내 첫사랑 경숙씨. 이젠 어둠속에서 나와 발랄하게 살 수 있기를... 그래야 오래 쓸 수 있을테니. 나같은 소수의 소설 독자들이랑 잘 늙어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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