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
이수경 지음 / 강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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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너를 보면 설레."
남편이 떨어지는 꽃잎들을 눈으로 좇으며 말했다.
그녀는 못 들은 척 딴청을 부렸다. 굴을 담은 용기를 열었다 닫았다 하거나 봉지에서 참외를 꺼내 냄새를 맡으며 그의말을 외면했다. 그와 나누지 못할 이야기도, 그와 함께 겪지못할 일도 없었지만, 남편이 원하는 그것만은 할 수 없었기때문이다. 그렇게 된 것이 사랑에 관한 문제는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낯설고 금기인 몸은 육친의 것이듯 어느 무렵쯤,그녀에게 그의 몸은 그렇게 여겨졌다. 그것은 그녀에게도 슬픈 일이지만 다시는 자신의 몸을 안지 못하고 떠나게 될 남편을 생각하면 또 다른 슬픔이 느껴졌다.
그에게 다른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떨까.
그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는데 그럴수 있는 사람이 아닐 것 같아서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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