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오늘 하루의 쉼은 꿀맛 같다. 집에 도착한 책들이 숱한데 박스를 뜯지도 못했다. 그 중에 이 책을 쓰다듬으며 잠에 들었다 깨었다 하는 오후는, 너무나 달콤해서 깨물어 먹기 아까운 유가사탕 같았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냐에 있지만, 그래서 더 애뜻한 강병융 작가의 책을 통해 거리를 함께 거닌다. 그가 유럽 정중앙에 있어 여러 도시를 섭렵하여 이곳 저곳에서 책을 읽어주었다. 나의 고정성을 책을 통해 벗어나게 해주어 유럽 곳곳을 가까이 느끼게 해준다. 요즘 뉴스에 계속 나오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참사가 더 아프게 다가와서 먼 친척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에 이 책이 한 몫 더해 주었다. 책의 표지보다 내지의 편집이 더 아름답다. 강작가를 닮은 듯 하다(!) 이렇게 예쁘게, 눈에 쏙쏙 들어오게, 여백 팍팍, 단순한 일러스트와 함께 편집해주신 한겨레출판에도 독자를 대표해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