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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번역했던 김진영이 자신의 <병상 일기>를 남기고 떠났다. 보기도 너무 아플까봐 펼치지 못했는데, 책장을 겨우 넘겼다. 결론적으로 정신은 육체를 이기지 못하였다. 육체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너무 모질다.
트럭에서 야채를 산다. 왜 이렇게 비싸요. 며칠 전엔 1000 원밖에 안 했는데…… 여자가 꽈리고추 봉지를 들고 불평하니까 야채 장수는 껄껄 웃으며 대답한다. 예쁘게 생겼잖아요. 사람이나 물건이나 예쁘면 비싼 거예요. 아침마다 아파트 앞에 트럭을 세우는 이 남자는 방금 떼어 온 야채들처럼 늘 싱싱하다. 그의 목소리가 크지만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듣는 사람의 배 속으로 들어가서 근심을 쫓아내고마음을 비워준다. 그건 분명 그의 목청을 통해서 밖으로나오는 생의 명랑성 때문이다. 정신이 깊고 고요한 것만은아니다(그것이 나의 오랜 착각이었다). 정신은 우렁찬 것이기도 하다. 우렁찬 정신은 야채 장수처럼 목청으로 제 존재를 보여준다. 그 목청의 정신을 배울 때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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