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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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라마 몰아보기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내 근처 곳곳에 있는 죽음의 그림자에 짓눌려 꼼짝하기 힘들었다. 마음의 빚이 많아 편안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던 공연장도 가기 싫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넘넘 감사한데, 요만큼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모든게 맘에 안들었다.

페친들의 신간들을 하나하나 다 사긴 샀지만 정작 펼쳐보지 못하고 책상위에 쌓아두기만 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제일 좋은 때는 책이 도착한 날. 혜신쌤의 책이 도착했을때, 반가운 싸인을 보자마자 책을 열었다.

사실 나는 실용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가르침을 주려고는 하는데 재밌지도 않고 감동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냥 소설을 좋아한다. 허구속에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여러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소설만 꾸준히 읽는 편이다.

약간은 실용서 같은 분위기(!)를 피우는 이 책은, 펼쳐 읽자마자 책이 너무 술술 읽힌다. 밤이 깊어 책을 덮고 자야 하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자꾸 뒷장으로 넘어간다. 첫 글은 명수쌤이, 프롤로그는 혜신쌤이 쓰셨는데, 입말로 쓰여진 듯 읽혀나간다.

책의 요지는 두 분이 김제동씨와 정동성당에서 강연하신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단 한사람이라도 진정으로 ‘당신이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감’이라는 건데,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에 ‘온 체중을 다 실어’ 진정으로 포개어 주는 것이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힘든 사정을 들을 때 뭔가 자기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 을 하려고 하는데 그건 다 부질없고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그거 싹빼고 그저 “당신이(의 마음이) 옳다”고 긍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은 다 옳지만, 그의 행동은 나쁠 수 있다. 그건 나중문제이고 그 사람의 마음이 옳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

이 글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되었다. 그러나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두 분이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경험하신 많은 사례들이 각각 한편의 소설들이다. 가장 가까운 식구인 남편이나 딸과 말이 안통할 때,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좋은게 좋다고 다 참고 경계없이 허허거리다 탈진할 때.... 그럴때마다 곁에 두고 한번씩 꺼내어 마음을 다잡기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그간 책을 못보던 내가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옆사람에게 말해주듯이 글을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아직도 달달하시다 못해 닭살이신 두 분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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