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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작가의 전작 ‘밤의 여행자들’을 흥미롭게 보기도 했고, YG와 JYP의 책걸상이나 김찬종의 토커바웃아트 등의 유튜브 방송에 소개되어 이 작품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었다. 2가지 정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는데, 하나는 예술인란 무엇이고 예술품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가이고 두 번쨰는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무엇인가 질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질문의 경우는 이야기의 결말에서 S 갤러리 사장의 말을 통해서 일부 드러나지만, 두 번째 질문의 경우는 특별한 답을 저자가 제시하지는 않고 독자가 스스로 답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다.
소설의 전반부는 매우 특이한 미스테리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했지만, 마지막까지 완독을 하고난 느낌은 갑자기 이야기가 끝났거나 다음회를 보게 만들기 위해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갑자기 엔딩 크레딧을 올리는 절단신공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즉, 이야기 속에 등장한 수많은 떡밥을 거의 회수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고 있는데, 이런 결말에 대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책을 읽고 난 후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Spolier Alert)
회수되지 않은 떡밥에서 가장 큰 것은 로버트의 정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현실적인 면을 생각해서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보았고, 그런 면면이 이야기 속에 몇 번 보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로버트의 존재가 진실된 경우로 볼 수 있는 점도 제법 있어 판단을 할 수 없었는데, 이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DEX에서 회수한 대상이 무엇인지 저자가 밝히지 않아 완전히 열린 결말 또는 양자역학에서 언급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러한 애매모호한 점이 진짜와 가짜의 차이라고 말하기 위해 저자가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쉽게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밖에도 이야기 속에서 상당히 다양한 소재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소재 하나하나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였다(크리스티나 다른 추리작가들의 작품처럼). 하지만 떡밥이 많이 회수되지 않아 왜 ‘빨리’ 앱이 이야기 속에 나왔고 한국인 조연배우가 이야기 속에 나왔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작가의 전작처럼 다른 음모가 있고 그 음모가 면쾌하게 밝혀지길 기대했지만 결론을 보여주지 않은 것 같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단지 애매함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된 것이었으면 작가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에게는 특별한 의도가 없었는데 나 혼자 기대하다 실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주제가 예술의 정의나 진위가 실제로 매우 애매하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니만큼 이야기 속에서 ‘애매함’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작가 던진 첫 번째 화두인 무엇이 예술인가에 대해서는 블랙 코메디같은 우스꽝스러운 풍자가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데, 자본이 지배한 예술 시장에 대한 풍자와 함께 예술의 가치도 자본주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작가의 주장은 책을 읽는 누구도 씁씁하지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환장파티같은 로버트와 안이지 작가와의 식사시간 속 대화가 예술시장에 대한 날선 비판이었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참신한 주제와 소재의 작품이었고 윤고은 작가께서 앞으로도 좋은 소재의 작품을 계속 출간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