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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0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국경을 넘어’는 분량이 600페이지가 넘는 대작으로 읽기가 쉽지않은 작품이다. 처음 100페이지까지는 전에 읽은 ‘핏빛 자오선’이나 ‘모두가 예쁜 말들’과는 다르게 등장인물이나 등장인물의 행동 등이 분명하여 꿈과 현실의 구분이 어려운 그의 작품세계에서 달라졌다고 생각했으나, 그 이후에는 기존으로 돌아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늑대를 사로잡은 후 늑대가 임신한 상태인 것을 알고 늑대가 원래 살았던 멕시코의 땅에서 풀어주기 위해 국경을 넘지만,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그 곳의 상황 속에서 스스로 늑대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집에서는 엄청난 비극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이에 따른 정처없는 길을 떠나게 된다. 100페이지 이후에는 빌리라는 그의 이름보다는 소년이라고 지칭되면서 핏빛 자오선의 주인공 모습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서 핏빛 자오선의 프리퀄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비교적 알 수 있었던 100페이지까지와는 달리 정처없는 방황을 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야기 속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의 이야기 (여행 중 아들을 잃은 남자 이야기와 혁명 중에서 눈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방황을 하는 소년의 마음을 약간은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어쩌면 코맥 매카시의 작품 세계의 이해를 위한 힌트를 준다고 여겨진다. 100 퍼센트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이 삶을 살아가면서 만난 운명의 엄청난 크기와 무게에 비해 각 개인이 느끼는 미력함과 안타까움을 말한다고 느껴졌고, 이야기 속 주인공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인생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의 깊이가 다른 문학작품에 못지않다고 느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향후에는 위대한 문학작품의 하나로 꼽힐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3부작에는 부의 주인공과 2부의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하니, 주인공을 조만간 다시 만날 기회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