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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앵무새 죽이기 + 파수꾼 - 전2권
하퍼 리 지음, 김욱동.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책이 발간된 순서대로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을 읽는 독자들은 작품 하나하나가 가지는 가치와 정신과는 별도로, <앵무새 죽이기>에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파수꾼>에서 돌변하는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파수꾼>은 독자들에게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의 경우에는 <파수꾼>에서 묘사하는 메이콤 마을 사람의 모습이 마치 대한민국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공감을 많이 하였습니다. 거리를 걷다가 공공장소에 있는 TV를 보면 여지없이 종편이 켜져 있고, 천편일률적인 여당의 홍보만 방송되고 있습니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은 그들이 70-80년대에 어떤 생각을 가졌었고, 주위의 친구들이 어떤 희생을 치루었는 지 모두 망각해버리고, 오직 자신의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급기야는 자신의 아들 딸에게 돌아갈 일자리와 급여마저 빼앗는 행위마저 서슴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친구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요? 오히려 일베라는 이름으로 더하면 더했지 나은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경험하게 되면 저도 <파수꾼>에서의 진 루이스가 후반부에서 보이는 히스테릭한 반응만 보일 것 같습니다. 눈이 둘인 사람이 눈이 하나인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 가면 자신이 잘 못 되었다고 지적받는 상황처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틀린 사고를 하면서 자신을 나무랄 때, 자신은 어찌할 힘이 전혀 없어 제발 나를 내버려두라고 소리치르고 도망가는 수 밖에 없다고 느끼면서...
하지만 이렇게 행동하면,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그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는 힘듭니다. 저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여야할 지 영화 <역린>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중용23장
其次는 致曲 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唯天下至誠이야
爲能化니라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파수꾼>의 메이콤에서,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자신이 옳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옳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이고 <역린>의 조재현처럼 나 하나 죽는다고 세상이 바뀔 것같나며 섬뜩한 태도를 보일지라도 옳은 길로 가는 방법은 위의 글처럼 최선과 정성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파수꾼>에서는 추악한 인종편견의 현장을 까발리는 것에 그쳤다면, <앵무새 죽이기>는 그 틀린 생각을 고치기 위해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잘못된 생각이 뿌리를 내리고 굳어져 고치기 힘든 시대를 떠나서, 그 생각이 발전하기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애티커스를 통해서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하는 진 루이스도 자신의 입장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모든 사물을 보는 법을 배웁니다.
저는 이러한 과거의 잘못된 모습을 고치는 모습이 <사랑의 블랙홀>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같다고 생각합니다. 하퍼 리의 작품을 순서도 <파수꾼>이 먼저이고 <앵무새 죽이기>가 나중인 이유가 <파수꾼>에서 보여 준 메이콤의 잘못된 현실을 고칠 수 있도록 작가 하퍼 리가 진 루이스에게 시간여행을 선물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행이 성공하여 진 루이스가 <앵무새 죽이기>의 끝에서 희망을 본 것 처럼 우리사회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