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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 지음, 문희경 옮김 / 테오리아 / 2015년 8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내내, 몇달전에 읽었던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함께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책이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가장 큰 일이자 가장 힘든 일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방비로 겪게 되는 일이 바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입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일은 준비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냥 겪는 일이라고.
얼마전에 읽었던 <메이블 이야기>의 작가처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으로 가슴이 아프고 너무 슬퍼할 수 있다면 오히려 축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루퍼스와 캐서린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죽음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상태로) 아무 준비없이 맞게 됩니다. 오히려 남들과 다른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마치 자랑거리인냥 이야기하는 모습은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거나, 통곡하며너 울고불고하는 모습보다 읽는 사람에게는 더욱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루퍼스나 캐서린이 좀 더 자라서 그때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사람의 경우에는 슬퍼할 겨름도 없이 일을 치르느라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후에야 뒤늦게 슬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하면서 슬픔을 잊게 해 주는 방법일 수도 있고, 천민자본주의에 빠져 손님맞이와 조의금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유일수도 있지만, 좌우지간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신이 너무 적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본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의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나타납니다. 아버지의 관을 땅에 묻고 마지막으로 관뚜껑을 덮기 전에, 아주 완벽하고 장엄하게 생긴 나비 한 마리가 관 위 아버지의 가슴 바로 위에 내려 앉아 심장처럼 가만히 있다가 관이 다 내려간 순간 곧장 하늘로 올라가 높이높이 보이지 않게 날아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기보다는 종교의 형식에 얽매이거나, 살아남은 자신들만 위로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과정 속에서 보여준 이러한 나비의 모습은, 루퍼스나 삼촌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는 지를기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책 후반부에 수록된 그 전 이야기는 나비를 보면서 루퍼스의 기억 속에 살아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내 곁에 있으면서 내가 힘들 때 도와주고 힘이 되준 가족이 영원히 나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사랑하는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타임즈 선정 100대 영문소설에 들어가는 작품인데 그동안 전혀 몰랐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이제서라도 읽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고,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작품을 꼭 찾아서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