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장애인으로 태어났기에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입장이 된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앵의 책이다.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면서도, 한 번의 독서로는 그의 생각을 100% 이해하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한국은 장애인에 대한 처우도 그다지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강신주 같은 사람은 인기가 높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서 철학에도 그다지 관심없는 대표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설적으로 그러한 사실때문에 그의 철학이 발전할 수도 있겠다지만.


머리글에서, 성경의 전도서에 인간조건을 감당하는 데 소중한 열쇠가 되는 글이 있다고 하면서 예를 든 구절이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이다. 세상 모든 것이 약하고 덧없고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벼움과 참된 기쁨을 향해 나아가는 그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예전에 교회에서 접한 이 구절의 의미와는 통하는 듯하면서 다른 뉘앙스를 준다. 본래 이 구절의 의미는 아마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든 것이 헛되고 부질없다는 의미로 설명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히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장애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 비해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을 추구하는 경쟁 속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그에게는 이것이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세상 속의 경쟁에서 얻기 힘든 것은 어짜피 헛된 것이니, 진작부터 그가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만들어준 그의 장애가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 듯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은 날 때부터 쉽게 한 모든 동작이나 움직임에서도, 다른 사람이 올림픽 대표로 나가 메달을 따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고 그로 인하여 성취감을 얻게는 것 비슷하게 만들어 주니, 순간순간을 아무 의미없이 보내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 순간의 삶을 더욱 강렬하게 경험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가 철학을 하고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가 느끼는 고통은 그가 가진 장애의 몸에 의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더욱 강하고 아픈 것인 것 같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우리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상적인 조언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는 내용의 글 위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타인과의 관계에 의한 고통이 그의 철학적 사유를 위한 소재로 승화되기에는 그에게는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은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책에 대해 생각해보니, 나 자신을 위해 (나 자신의 사회에 대한 피해망상에 대한 치유를 위해)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의 약자 입장에서 다시 한번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무엇이 필요한 것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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