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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작가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지하철을 탄 예수>라는 책을 읽고 무척 감동하여 생소한 일본사람의 이름을 머리에 남겨두었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무척 아끼는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수중에 없어, 다시 보고 싶은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졌는데, 그 제목으로 나온 책은 없고 <예수의 생애>라는 책이 제가 기억하는 책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희릿한 기억 속에, <지하철을 탄 예수>라는 제목은 대중 속의 예수라는 의미로 옮기신 분이 지은 제목이고, 아마 엔도 슈사쿠의 예수에 관한 책 2권을 섞어서 출판한 책이었다는 말을 그 책의 머리말에서 본 것 같습니다.
<Jesus Christ Superstar> 비슷하게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의 아들로 묘사되고, 기적을 행하지도, 부활하지도 못하지만 약한자, 병든자, 죄지은 자에 대한 사랑은 넘처났던 예수의 모습을 그려서, 그 후 제가 어떤 설교나 종교에서 보지 못한 감동을 느꼈던 책이었고, 그러한 책의 저자이기에 이 분이 쓰신 인생에 관한 글은 어떤 것일까 무척이나 궁금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타난 엔도 슈사쿠의 모습은 <침묵>같은 작품을 지은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라기 보다는 주책 바가지 할아버지였고, 책의 내용도 읽다보면 그의 너무나도 소박하고 솔직한 모습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물론 1923년에 태어난 사람의 글이라 아무래도 시대에 맞지않은 부분도 있고, 노인의 위치에서 자신이나 주위 친구들의 건강이나 세월을 흐름을 느끼는 내용이 제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작가의 유쾌하게 사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김에 다음 기회에는 그의 진지한 글도 읽었으면 합니다. (마틴 스콜세지가 앤드류 가필드와 함께 만드는 <침묵>의 원작을 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영화가 개봉하면 책도 새롭게 출판되리라 기대합니다.)
(에피소드 소개 1) 음치 중의 음치, 욕실에서 노래를 불러도 어쩌면 이렇게 음감이 없을까 자각하는 작가 엔도 슈사쿠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가 온다. "선생님에게서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 저는 언젠간 도쿄에 가서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잘 부탁합니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그의 아내가 가르쳐준다. "유명한 대중가요 작곡가 중에 엔도 미노루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과 착각했겠군요." 그는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답장을 쓴다. "나는 노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 직업은 소설가입니다. 엔도 미노루 씨 앞으로 편지를 써주세요." 그의 답장에 대해 그쪽에서는 한 통의 엽서도 오지 않는다.
(에피소드 소개 2) 자신의 불같은 성미 탓에 사나운 꼴도 제법 당했던 작가 엔도 슈사쿠는 알랭이라는 프랑스 철학자의 글을 읽던 중에 "화라는 것은 그 동작에 의해 배가 된다. 화가 나서 손을 치켜든다기보다는 손을 치켜들었기 때문에 더욱 화가 커지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도 그 방법을 적용한다. 다음은 부부싸움에서 이러한 방법을 적용한 예이다.
- 나는 부부싸움을 할 때도 아내가 일방적으로 떠들게 두고 가만히 고개를 떨군다.아내의 말을 듣는 척하고 도쿄에서 나고야까지의 역명을 떠올린다. 도쿄, 요코하마, 오다와라, 시즈오카, 도시락, 도시락에 엽차. 이로써 부부 싸움은 바로 수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