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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평점 :
책 표지에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쓰여있고, 나도 새로 나온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어린왕자는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였다.
여섯 살 적에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나는 진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 살아오다 (하지만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것은 아니었지),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로 드디어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자신이 잃어버렸던 자유와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하지만 곧 그 순수를 잃어버리기 직전의 자신의 모습과 만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어린왕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존재를 상징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자신이 여섯 살 적에 그린 그림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이전에는 생택쥐베리가 직접 그린 어린 왕자 그림에서 나는 귀엽다는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본 어린 왕자의 모습은 뭔가에 홀려있는 듯한,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이었다. (단연코 말하지만 물론 역사교육을 잘못받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왕족의 얼굴은 더욱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이 비슷한 정신나간 얼굴을 최근에도 본 적이 있다. 학교수업이외에 학원에다, 친구들의 왕따 비슷한 따돌림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결국 자신이 꿈꾸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찾아나섰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남을 짓밟고 올라서고 잘난 체하는 사람들과 좌절한 사람들, 그리고 사회의 부속도구이 되어 무의한 반복적인일 하는 사람들과 이런 사회를 뒷받침하는 의미없는 연구를 사람들 등 뿐이었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하여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일에도 서툴러 상처받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렇게 계속 혼자 살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현재의 초라하고 외로운 나에게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고 사회의 부속품이라는 무의미한 삶을 시작하는 나의 어린시절의 모습은 나에게 어린시절의 상처를 덮고, 다시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책임지는 삶을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남을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참을성있게 천천히 천천히 진행하여야만 했던 나에게...
이 책을 쓴 나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알려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는 친구들이 그의 주위에 있다는 것을 그가 깨달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