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을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 이현웅 옮김 / 갈라파고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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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을 말하다><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유엔 특별식량조사관 출신의 저자 장 지글러의 유엔과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적은 책이다.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국제 평화질서를 위해 국제연맹이 설립되었지만 그 초기부터 가졌던 한계 물리적 강제력이 없었다 - 를 가졌었고, 이 후 설비된 국제연합에서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비책을 강구하였지만, 역시 강대국과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많은 한계를 가지고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가 기승을 부리고, 강대국의 비위만 맞추던 지난 사무총장 시절 더욱 역할을 못하고 있어, 유엔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왜 유엔이 자기 역할을 못했는가에 대해 지면을 쓰고 있다. 소위 강대국이나 독점 자본주의 기업들의 횡포 때문인데, 서구열강의 민낯을 이처럼 철저하게 밝히는 책은 처음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인류가 어느 정도는 이성적이 되었다고 생각하였지만, 이 책을 읽으니 서구열강은 식민지 확보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아프리카를 침략한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아야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도 론스타나 GM같은 회사들의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 책에서 언급한 벌처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벌처펀드로 표현된 자본주의가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면 나머지 한 축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삶은 어찌되어도 상관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독재자를 지원하는 태도로 수많은 나라의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키신저나 이스라엘의 장관들을 전쟁범죄자로 고발하고 있다.

 

최근의 무능한 사무총장 이전 유엔이 자신의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한 역사도 조명하는데, 유럽의 군 출신을 용병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대항하는 유엔 부대의 주 구성원들이 약소국 출신이 대부분이라는 서글픈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유엔의 부끄러운 역사와 더불어 벌처펀드나 미국 이스라엘에 항거하고 유엔이 제 역할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고초 등이 소개되는데, 저자와 함께 언급되는 세계 곳곳의 용기있고 지성적인 인물들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이런 인물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인류가 이성적이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처음에는 엄청난 혼돈을 일으키지만, 국제사회 자체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많고 인류 또는 인간 자체에 대하여 그리고 정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책의 진짜 장점인 듯하다.

 

최근 남북한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일으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지난 세월 전략무기를 생산하고 냉전 분위기를 꾸준히 이용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던 국내외세력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로 신중하고 현명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국제사회의 진짜모습을 알기 위해서도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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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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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에 좋은 느낌을 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본 영화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마비 속에서 살던 환자들이 깨어나서 삶의 행복을 느끼다가 다시 마비 상태로 돌아간다는 판타지같은 느낌의 영화 <사랑의 기적: Awaking>이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환자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따뜻한 마음의 의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바로 올리버 색스였고, 그가 남긴 많은 저작들을 보면 모두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책이 그의 환자들이나 식물에 대한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아주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었던 걸로 생각한다. 그의 저작 속에서 드러나는 해박한 생물학 또는 의학 지식에 압도되어 책 읽기가 다소 힘들었는데, 그가 마지막 남긴 마지막 에세이인 <의식의 강>은 읽기가 무척 수월하였다. 또한 그가 남긴 마지막 저작이라는 사실로 인하여 아쉬움과 함께 그의 따뜻한 품성은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그의 마지막 저작이라는 사실은 책 속의 내용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 그의 투병에 관한 내용이 여러 글 속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가 투병을 하면서 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느끼는 건강이나 정신 상태가 예전보다 못하고 나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자료를 찾고 조사하고, 사유하고 때때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기도 하면서 몇 개의 글을 남겼는데 <스피드>, <지각력>,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잘못듣기>, <모방과 창조>, <항상성 유지>, <의식의 강> 등이다.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강과 노화에 관련된 내용이라 이해하기도 쉬웠지만, 내용 속에 나타나는 그가 세상을 떠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들면서 아쉬운 마음도 많이 들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였던 전공인 생물학 또는 정신의학에 가장 중요한 학자인 다윈과 프로이트에 대한 글이 이 책에 속에 있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인물이라 흥미롭게 읽기도 하였지만, 아마도 그의 삶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가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평생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들에 대하여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하고 배우려고 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나니 무척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그가 남긴 저작들 중 아직 못 읽은 작품이 남았다는 점이 오히려 위안되었다. 내게는 그의 생각과 느낌을 함께 나눌 기회가 남았다는 점이 좋은 느낌을 주는데,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끼고 사랑했던 분야라는 점을 아는 지금은 다소 어려운 책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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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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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태백산맥 전집이나 영화 남부군을 떠올리는 작품이었다. 더욱이 책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면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이 땅에서 숨 쉬고 살아가면서 겪고 아파했던 사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큰 울림을 듣게 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의 주인공 정찬우는 그야말로 분단과 이데올레기의 희생자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국의 독립과 학문을 추구하기 위해 만주로 갔다가 광복군에 투신하고, 자신이 속한 부대와 함께 북한으로 가서 김일성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였을 뿐,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에 대한 강한 믿음은 없는 사람이었다. 625가 발발하면서 교육위원의 신분으로 전쟁에 참가하지만, 전투에는 일체 참가하지 않고 역사관련 교육을 몇 번 하고나서는 전세가 역전되어 계속해서 쫒기는 신세가 될 뿐이었다.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나 북한에 대한 충성심이 크지 않았지만 투항하지 않고 도망다니다가 체포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지성적이면서 온화한 사람이기에 그를 흠모하는 여성들도 많았지만 사랑이 결실을 이룬 적은 없었고, 계속되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퍼하기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왔다.

 

자신이 속한 북한의 사상체계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없이 전쟁 속에서 이리저리 쫒기고 도망다니면서 고통받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왔다.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거나,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국을 침략한 일제에 당당히 투쟁하였다면 이 책에 나온 그가 은 수많은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주인공의 가장 주된 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정체를 꾸준히 숨기고 바뀌면서 다른사람들을 괴롭히는 기회주의자들이다. 전쟁 시는 북한 부대 패잔병들 사이에서, 체포된 이후에는 포로들 사이에서, 그리고 구치소 안에서 발생했던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기회주의자들의 모습이 독자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우리민족이 고쳐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친일파의 모습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에는 자칭 보수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원리원칙없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사는 이러한 자들이 우리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때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나라로서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행될지 모르지만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남북한이 교류하기 시작하고 정상회담에 대해 협의되는 등 몇 십 년 만에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이 남북한 동포 간의 시각 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남부군>같이 영화로도 제작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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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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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거칠어지는 우리 말과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경고, 그리고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단상이 모인 책인데, 마음이 께끗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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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꿈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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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의 환상문학 중 거의 처음 접하는 책이라 상당히 읽기 어려웠다. 작품의 의미랄까 주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런 형식으로 작품을 썼는지 또는 환상과 현실이 혼합되면서 나타나는 문학적 의미나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아마도 책을 다 읽은 상태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이 뜨하는 의미가 분명한 상태)에서 다시 읽는다면 좀 더 작품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품의 주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두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첫번째는 자신이 알고있는 가장 행복했고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사실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순간이었다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동료들이 사실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빼았으려는 악당 (악마 또는 마귀?)라는 것인데, 어리석은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소 억지스러울 지 몰라도 나에게는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과거회귀를 바라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노인세대가 가장 떠오른다.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이나 정당이 자신들이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정치경제적 위기를 조장한 존재이라던가 자신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암울한 시대였다는 사실같은 점 등이 떠오른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고 사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중 상당부분이 자신을 좀 먹고 파괴하는 것 (대부분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그토록 찾고 싶었던 환상의 여인은 바로 자신의 아내였다는 사실이다. 역시 행복은 바로 가까운 데 있다는 많은 이야기의 주제와 통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어리석어서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 클라라가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해나가고 있다가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죽임을 당하는 가우나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슬픈 감상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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