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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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에 좋은 느낌을 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역으로 나왔던 배우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본 영화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마비 속에서 살던 환자들이 깨어나서 삶의 행복을 느끼다가 다시 마비 상태로 돌아간다는 판타지같은 느낌의 영화 <사랑의 기적: Awaking>이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환자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따뜻한 마음의 의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바로 올리버 색스였고, 그가 남긴 많은 저작들을 보면 모두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책이 그의 환자들이나 식물에 대한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아주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었던 걸로 생각한다. 그의 저작 속에서 드러나는 해박한 생물학 또는 의학 지식에 압도되어 책 읽기가 다소 힘들었는데, 그가 마지막 남긴 마지막 에세이인 <의식의 강>은 읽기가 무척 수월하였다. 또한 그가 남긴 마지막 저작이라는 사실로 인하여 아쉬움과 함께 그의 따뜻한 품성은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그의 마지막 저작이라는 사실은 책 속의 내용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 그의 투병에 관한 내용이 여러 글 속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가 투병을 하면서 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느끼는 건강이나 정신 상태가 예전보다 못하고 나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자료를 찾고 조사하고, 사유하고 때때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기도 하면서 몇 개의 글을 남겼는데 <스피드>, <지각력>,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잘못듣기>, <모방과 창조>, <항상성 유지>, <의식의 강> 등이다. 주제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강과 노화에 관련된 내용이라 이해하기도 쉬웠지만, 내용 속에 나타나는 그가 세상을 떠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들면서 아쉬운 마음도 많이 들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였던 전공인 생물학 또는 정신의학에 가장 중요한 학자인 다윈과 프로이트에 대한 글이 이 책에 속에 있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인물이라 흥미롭게 읽기도 하였지만, 아마도 그의 삶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가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평생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들에 대하여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하고 배우려고 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나니 무척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그가 남긴 저작들 중 아직 못 읽은 작품이 남았다는 점이 오히려 위안되었다. 내게는 그의 생각과 느낌을 함께 나눌 기회가 남았다는 점이 좋은 느낌을 주는데,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끼고 사랑했던 분야라는 점을 아는 지금은 다소 어려운 책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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