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모으는 소녀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영국 작가들 특유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로알드 달이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가 있고

루이스 캐럴에 도리스 레싱..

인상 깊게 읽은 몇몇 작가가 영국 출신이다.

물론 이들을 관통하는 특징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한 분위기, 일러스트에 끌려 충동구매를 하고 한참을 빠져 읽었다.

표지글처럼 굳이 그림형제, 로알드 달을 끌어오지 않았어도

작가의 힘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집.

음습하고 날카롭다기보다는 귀엽다고 할 정도로 간결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특히 죽은 나비를 살리는 내용의 <레피닥터>는 밀교의 느낌을 주면서 흥미로웠고

<외계인 납치사건>이나 <단추도둑>은 아이들의 세계를 잘 표현해주었다.

블랙유머의 진수를 보여주는 <강 건너기> <꼭꼭 숨어라>도 돋보이는 재미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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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기다리다 - 제13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찾은 부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기차 안에서 책을 펴들었다.

차분한 표지, 제목 때문에 연애소설인가, 싶었지만

짧고 간결한 글들. 우정에 관한 소설이다.

 

아주 짧은 작품 두 편, 그것도 하나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데

처음에는, 정말? 싶었다.

이렇게 담담하고 무색무취라 할 만한 작품이?

 

하지만 곱씹어보면서, 읽는 속도를 늦추면서

이 담담한 맛에 숨어 있는 깊은 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이 믿게 될 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 속에서

젊은 날, 소중했던 친구들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그를 내내 가슴에 묻고 있는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슬픔과 정이 느껴진다.

가끔은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한 깊은 사랑을 나누는 친구라는 존재가 있는 법.

당분간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큰 슬픔이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는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재회를 조금 늦춘다고 해도 섭섭해 할 일만은 아니다. 결국은 다시 만날 테니.

 

같이 수록된 <노동감사절>도 아주 재미있었다.

역시 작가의 체험이랄까, 사실적인 느낌이 공감할 만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이 작가, 아마도 남들에게는 매우 편안하고 소탈하지만

스스로에는 까탈스럽고 소심하고 고민 많은 사람은 아닐까.

괜히 궁금해져서 다른 작품들을 몽땅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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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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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죽음과 이별에 대한 소설과 영화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공연히 가슴이 먹먹해지고 덜컥 내려앉게 되는 건,

그런 사연들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

울라 카린이라는 한 방송인이자 누군가의 엄마, 아내, 친구였던 이의 이 기록을 읽는 일 또한

결코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의 가족과 친구에게 나의 입장을 대입해보게 되었으므로.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죽음을 준비하며 이 기록을 남긴 그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보면,

'살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일이고

'마지막을 알고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나 가혹하다.

그녀의 죽음 앞에 무언가 감상을 말한다는 것은 썩 옳지 못하겠지만,

'원더풀'이라는 말을 남긴 그녀가 얼마나 삶을 충실하게, 사랑으로 충만하게 살았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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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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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게' 재미있다.

페이지 넘어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엉뚱하다고 말해야 할까, 귀엽거나 천진하거나 되바라졌다거나

아이에게 붙일 수 있는 모든 수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오스카.

웬일인지 웃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슬프고 묘한 체험을 하게 한다.

그새 몇 년이 흘렀고 조금씩 가셔가긴 하지만

9.11 사태의 충격은 미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계속 안고 가야 할 상처 아닐까.

그 엄청난 사건을 중심으로 사랑에 대해, 만남에 대해, 아픔에 대해

이렇게 독특하고 뛰어나게 써낼 수 있다니

자꾸 앞으로 돌아가 지은이 소개를 보게 된다.

정연한 글자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비주얼과 효과로 그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는

시도 또한 훌륭하다고 말할 수밖에.

다시 한번 말해, 엄청나게 아프고 믿을 수 없게 재미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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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소년 3집 - 꿈의 일부 [재발매]
재주소년 (才洲少年) 노래 / 파스텔뮤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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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재주소년의 이름으로는 만나지 못할 터라 더욱 반가운 것도 맞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넉넉하게 접어주기엔 기대 이상이다.

사운드도 훨씬 풍부해지고, 기타 소리, 보컬도 매우 좋아져서,

2집에서 두세 계단은 껑충 뛰어오른 느낌이다.

자신들만의 색깔은 확실하게 가져가면서

거기에 성숙함을 덧붙였달까, 이런 진부한 찬사라니, 그래도 정말 그렇다.

전반적으로는 '꿈' '몽상'의 느낌. 하지만 깨고 나면 찝찝하고 더 슬퍼진다기보다는

상쾌해지는 느낌. 더운 여름날에도 퍽 어울린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들어갔을 B-side. 서비스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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