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Y나가, 즉 요시나가 후미가 남자이리라고 굳게 믿었는데,

여자였구나.. 흠..

그녀가 직접 등장하여, 실재하는 일본의 '맛집'들을 소개한다.

하나하나 다 들러보고 싶다.

컬러풀한 사진 한장 없이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분위기를 전달해주니 괜히 입맛을 다신다.

Not Love but delicious foods make me so happy.

정확한 말이다^^

Y나가, 계속 이렇게 소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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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폴 오스터는 겨울에 읽게 된다.

완연히 추워진 날,

슬슬 폴 오스터 신간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검색을 한 순간 눈에 띈 이 책.

조건반사적으로 장바구니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첫 문장에 끌리며, 나 역시 이제 이 책을 읽을 만한 장소를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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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 가는 길 - 그림감정사 박정민의 행복한 뉴욕 경매일기
박정민 지음 / 아트북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전부터 매력적이겠다, 재미있겠다 기대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딱 반만큼.

 

미술품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낯설고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이라

그 세계가 궁금했는데

딱 20퍼센트 정도 맛을 볼 수는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너무' 가볍고 얕아서

으흠,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일단 그다지 재미있거나 흥미롭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를

덜어낸다면 훨씬 세련되고 좋았을 듯.

특히나 저자가 똑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진들.

 

뉴욕 살짝, 소더비 살짝, 크리스티 살짝으로 건드리고 말다니.

조금만 더 타이트했다면 표지가 주는 느낌만큼이나

사랑스러웠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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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를 치켜세움
폴 오스터 지음,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어디서 타자기를 볼 수 있을까.

배수아의 몇몇 소설에는 타이프라이터가 등장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타자기의 이미지는 장정일의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 장난삼아 타자기를 쳐보았던 기억도 있다. 쉽게 수정되지 않는, 탁탁탁 글씨가 찍히는 소리와 한 줄을 완성하고 다음줄로 넘기는 그 순간이 좋아 시도 베끼고 친구에게 보낼 편지도 썼는데.

타자기 시대가 가고 워드프로세서,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폴 오스터는 이 타자기만을 고집한다. 노랑이라고, 원시인이라고, 보수적이라고 핀잔을 들었지만 그는 이렇게 응수할 뿐이다.

"그들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내게도 좋은 법이라고는 없는데, 무슨 이유로 내가 있는 그대로도 완전히 행복할 때 변화를 해야 할까?"

폴 오스터가 사반세기를 함께한 서독 출신의 올림피아 타자기란 친구에 대한 이 짧은 글은 샘 메서의 인상적인 그림으로 한결, 아니 전적으로 돋보인다.

왜냐하면 샘 메서는 단지 '물건'이었던 타자기에 '개성과 품격'을 부여해서 '나름대로의 기분과 욕구'를 가지도록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샘 메서에게 타자기는 무어라 말을 했고, 결국 아름다운 인격체로 거듭났다.

글을 '너무' 짧지만 결코 허무하지 않다. 한 대의 타자기가 페이지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살아 있기 때문에 그 그림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달의 궁전' 같은 작품도 이름으로 갖고, '핑크 올림피아' '사치'처럼 섹시해지기도 했다. 파리, 도쿄, 로스앤젤레스, 뉴욕, 애리조나 등 많이 옮겨다니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분이 묘했던 건,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폴 오스터의 소설 '거대한 괴물' '뉴욕 3부작' '폐허의 도시'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가 바로 이 올림피아가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나의 타자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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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고기
다니엘 월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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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이 연출해서 화제가 된 영화 <빅피쉬>의 원작 <큰 물고기>를 먼저 읽다.

 

영화에는 악동 팀 버튼의 시각적 상상력이 아주 충분히 반영되었다면 원작은 시적이고 여운이 많다.

 

가족, 특히 부모자식 간의 감정만큼 복잡 미묘한 게 있을까. 가장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애정만큼 증오도 강력하고 때로는 질곡이 되기도 하고 삶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이 소설의 아버지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보기 힘든 유형인 듯하다. '유머러스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데-다소 영웅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의한 것이므로-방랑벽(우리 식으로 말하면 '역마살')을 가진 그는 결코 비장하지 않다.

 

누구의 아버지는 '종'이었고, 누구의 아버지는 '신(神)'이며 누구의 아버지는 부재하고, 또 누구의 아버지는 차라리 죽이고 싶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윌리엄에게 아버지 에드워드는 어떤 존재였을까. 조금은 허황되고 사람만 좋을 뿐 비현실적인 사람이었겠지. 삶의 모범이긴 보다는...

 

사실 이 작품은 아버지나 가족의 사랑을 테마로 했다고 읽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잠시 인간의 육체를 빌려 이 세상에 왔다가 본연의 모습을 돌아가 그 무엇의 이야기라는 편이 적당할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오랫동안 소통을 하지 않던 부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 앞에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나로서는 곧 닥칠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역시 젊은 시절엔 매일 아침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갔을 것인가. 그리고 에드워드처럼 어딘가로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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