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
다니엘 월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팀 버튼이 연출해서 화제가 된 영화 <빅피쉬>의 원작 <큰 물고기>를 먼저 읽다.

 

영화에는 악동 팀 버튼의 시각적 상상력이 아주 충분히 반영되었다면 원작은 시적이고 여운이 많다.

 

가족, 특히 부모자식 간의 감정만큼 복잡 미묘한 게 있을까. 가장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애정만큼 증오도 강력하고 때로는 질곡이 되기도 하고 삶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이 소설의 아버지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보기 힘든 유형인 듯하다. '유머러스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데-다소 영웅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의한 것이므로-방랑벽(우리 식으로 말하면 '역마살')을 가진 그는 결코 비장하지 않다.

 

누구의 아버지는 '종'이었고, 누구의 아버지는 '신(神)'이며 누구의 아버지는 부재하고, 또 누구의 아버지는 차라리 죽이고 싶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윌리엄에게 아버지 에드워드는 어떤 존재였을까. 조금은 허황되고 사람만 좋을 뿐 비현실적인 사람이었겠지. 삶의 모범이긴 보다는...

 

사실 이 작품은 아버지나 가족의 사랑을 테마로 했다고 읽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잠시 인간의 육체를 빌려 이 세상에 왔다가 본연의 모습을 돌아가 그 무엇의 이야기라는 편이 적당할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오랫동안 소통을 하지 않던 부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 앞에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나로서는 곧 닥칠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역시 젊은 시절엔 매일 아침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갔을 것인가. 그리고 에드워드처럼 어딘가로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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