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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소위 '밑바닥 인생'의 삶을 그린 작품들을 기억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 극도의 가난과 핍박에 휘둘리는 인간을 그린 이런 작품들은
종내는, 그래도 희망, 솟아오르는 태양 앞에 선 벅참을 그려내곤 했는데,
<쌀>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 또 있었던가.
과문한 나는 기억해내지 못한다.
쌀 한 줌, 동전 한 닢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사내, 우룽은
발가락 하나, 한쪽 발, 눈 하나, 성기, 이 몽땅을 잃거나 주어버리면서
양심을, 존엄성을, 인정을, 도덕을 역시 내팽겨친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들은 애초에 그에게 없었는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포악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한 우룽과 그 일가를 지켜보면서
차라리 불이라도 나서 저들을,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대홍기 쌀집을
싹 태워버리고 하나도 없었던 때로 돌아갔으면 하고
몇 번이나 바랐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바람을 무시한(?) 작가 쑤퉁의 힘은
소름 끼쳐 하면서도 이틀 동안 꼬박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너무 '착한' 작품만을 찾아 읽다가 오랜만에
힘있고 인상적인 소설을 읽었던 주말.
* 책을 읽으면서 라스 폰 트리에의 무서운 영화 <도그빌>을 떠올렸다.
<쌀>에서는 우룽과 쯔윈, 치윈 자매, 그들의 자식들에 모든 이야기가 집중되면서
나머지 인물들은 '와장가의 사람들은 지켜보았다' 정도의 배경, 구경꾼 역할을 하고 있다.
* 중국 문학에서의 이 작품의 가치, 그리고 작품의 배경 등에 대한 좀더 자세한 해설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