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기다리다 - 제13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찾은 부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기차 안에서 책을 펴들었다.

차분한 표지, 제목 때문에 연애소설인가, 싶었지만

짧고 간결한 글들. 우정에 관한 소설이다.

 

아주 짧은 작품 두 편, 그것도 하나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데

처음에는, 정말? 싶었다.

이렇게 담담하고 무색무취라 할 만한 작품이?

 

하지만 곱씹어보면서, 읽는 속도를 늦추면서

이 담담한 맛에 숨어 있는 깊은 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이 믿게 될 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 속에서

젊은 날, 소중했던 친구들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그를 내내 가슴에 묻고 있는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슬픔과 정이 느껴진다.

가끔은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한 깊은 사랑을 나누는 친구라는 존재가 있는 법.

당분간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큰 슬픔이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는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재회를 조금 늦춘다고 해도 섭섭해 할 일만은 아니다. 결국은 다시 만날 테니.

 

같이 수록된 <노동감사절>도 아주 재미있었다.

역시 작가의 체험이랄까, 사실적인 느낌이 공감할 만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이 작가, 아마도 남들에게는 매우 편안하고 소탈하지만

스스로에는 까탈스럽고 소심하고 고민 많은 사람은 아닐까.

괜히 궁금해져서 다른 작품들을 몽땅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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