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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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울프 부인,브라운 부인,댈러웨이 부인. 시대 순으로 배열하면 이 순서다. 1923년. 1949년.1990년대.

각기 다른 시간대와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이다. 마지막에 브라운 부인과 댈러웨이 부인의 만남이 짧게 서술된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교대로 나온다. 아무런 기본 정보 없이 이 책을 읽었던 터라 초반부엔 읽을 수록 인물간의 관계 정리가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옮긴이의 말" 중 인물들과의 관계와 이 소설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 지 살짝 컨닝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스토리 전개가 거의 정지화면 수준이다.  하루를 그려넣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심리 묘사나 사물을 관찰하는 시점이나 사고의 시점들이 주를 이룬다. 과거의 얘기라도 끼워넣었다면 정지된 느낌은 안받았을 텐데, 내가 느끼기엔 오로지 인물들 각각의 현재위주로 다뤄져있다.

서술된 묘사들이 나의 경험으로는 쉽게 동감하기엔 난해한 비유와 직유들이어서 힘들었다.  읽었던 문장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다 나중엔 그냥 그러려니 넘긴 문단도  많다. 문장이 대체로 길었고, 괄호를 사용한 부연이 많기도 하고 길기도 해서 글읽기의 흐름을 막기도 했다.

동성애와 에이즈,  죽음을 다루고 있어,소재 자체가 잿빛이며 인물들의 사고도 대체로 부정적인것 같다. 너무나 예민하여 그들의 신경을 안건들이고 살기는 불가능해보였다.

내가 너무 쉬운 책들만 읽었나 되돌아 보는 기회였으며, 대체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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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죽음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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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법의관 후 콘웰을 바로 들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섬유 한 올,집안에 진열된 술병 위에 먼지 두께,타버린 종이 재,소화가 정지된 위 속의 음식물...어떤 것이 의미가 있고 어떤 것이 사건과 별개의 소재들인지 변별해 내는 능력이 감탄스럽다. 현상만을 보고 사람의 행동 반경,환경,행위의 순서를 꿰어가니,나의 물건들은 나를 어떻게 대변해줄까. 

콘웰은 첨단 기기의 도움으로 사실에 접근해 간다. 허나 소설 속에선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로 지금보다 10년 전쯤으로 짐작된다. (초기작 두 편으로 미루어 ) 콜린 덱스터의 소설은 더욱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콜린 덱스터는 현미경이나 DNA분석 같은 기술 없이 순전히 범죄 동기나 시간의 재구성등 발품 팔아 누덕 누덕 기워낸다. 기껏해야 혈액형이나 범행 현장에 떨어져 있는 단추나 모자 정도...서로 얽혀 있는 이해 관계 속에 범죄 동기가 선명한 해답을 내준다. 그래서 콜린 덱스터를 덮을 즈음엔 개운하게 기지개를 주욱 펴곤 했다.

콘웰을 읽을 땐, 결말에 가까워올 수록 초조했다. 남아 있는 분량은 10여 페이지도 안되는데, 결론은 나오는 거 같고 결국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남은 표지를 뒤적이게 된다.  이 찜찜함은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가 재수 없이 걸려들어 사건에 연류되는,동기 없는 범죄를 발생하는 거친 세상에 살고 있음을 탓해야 할까, 아님 콘웰의 글쓰기에 책임을 지워야할까.

증거들이 법의관보다 좀 더 넓은 공간에 흩뿌려진듯 했고,그 입자는 더욱 작아졌다. 훨씬 재미있었는데,역시 의외성의 결론은 나에게 허탈과 더불어 범죄 동기에대한 허기는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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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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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세를 탄 책이라 기대도 엄청났을 터.

이제까지 나는 추리소설 앞에서 능동적이지 못했다. 대체로 가쁜 호흡 덕에 스토리에 이끌려 사건을 멍~~지켜보기 밖에... 치밀하게 읽었더라면 단서를 잡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자책은 책을 덮을 즈음 꼭 따라오는 아쉬움이다.  

그러나,,,[법의관]은 달랐다. 범인에 대해선 한마디도 흘리지 않았다.  범인은 소설 밖에 있었던 것 같은 띵한 허무.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이완이 짜릿하지 않아 쪼금 심심...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건 접근 과정에서의 긴장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포석이 곳곳에 깔려 있었으나 내가 알아채지 못해서 범인을 가려내지 못한 경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단백한 느낌이었다. 스토리에 이끌려 한 호흡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결말은 무성의하다 싶게 간략했다. 범인에대한 부연이 있었으면 간이 맞았을려나. 재미지게 빠져들었으나, 좀 더 견고한 구조를 기대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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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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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렸을때 책을 읽은 기억이 잘 안난다. 오히려 엄마한테 책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은 기억이 많이 난다.  이미 읽었던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재미있어 했던 장면이 몇 컷 떠오르지만, 주로 학교공부에 많은 시간을 쓰며 어린날들을 보냈었던것 같다. 그래서 그 시기에 진작 만났어야 하는 명작들을 다 놓치고 어른이 되어버렸다.  지금에 와서야 고전명작들을 내 책읽기 목록에 간간히 끼워넣고 있다.

대부분의 고전들이 그렇듯이 오만과 편견도 굴곡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살랑살랑 부채를 흔들며 소근소근 귀엣말을 하듯 잔잔하다.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이런 가치관이 일반적인 시대였고, 이들은 만난지 하루 이틀만에 청혼을 받기도 결혼을 하기도 한다.  여자들은 주로 허영덩어리 수다꾼들이고, 남자들은 막강한 재력으로 이런 여자들의 욕구을 채워 준다.  지나치게 완곡한 표현들, 입에 발린 칭찬, 불필요한 공손함,예절 차리기를 베이스로 깔고 산다.

재기발랄한 엘리자베스와 오만해 보이는 다아시의  사랑이야기.  오해와 편견을 한꺼풀씩 벗겨가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550페이지의 느린 압박을 통과한 내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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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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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앞에 버틴 절망의 실체는 무엇이었기에,극단적인 자기몰입으로 자신으로 황폐화 시킨걸까. 

그들은 각각 다른 형태의 전환의 계기를 잡았다 싶으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자기 파괴로도 보이는 수난을 거쳐, 가까스로 끈을  붙들고 솟구쳤다가  다시 혼란.  이런 순환이 어쩜 인생인지도 모르나 그 파동이 너무나 거칠어, 안정은 오히려 낯설었고  들이닥칠 혼란 앞에 불안하게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고단하고 고단하여라. 

브루클린풍자극은 브라운계열 스웨터를 걸친 자상한 목소리를 내게 남겼고, 달의 궁전은 사막과  후미진 샌트럴파크 남겼다.  이번 글엔 수많은 사건이 담겨 있으나-3인의 인생사,445페이지의 분량-오히려 브루클린 풍자극보다 보다 정막했다. 가끔 그런 얘기 그만 듣고 싶어 귀를 막고 싶기까지 했다. 너무나 비참하여서. 제발 거기서 박차고 튀어 나오라고 소리치고도 싶었다. '내가 가둔 나'를 바라보던 누군가도 내게 소리치고 싶었을까...

나도 그런 침잠의 그늘속에서 버티고 버티며 나오고 싶지 않을 때가 종종 온다.  내가 온전히 나만을 책임지고픈 이기적인 욕구앞에 당당하고 싶은 때가.  랜덤으로 찾아오는 우울한 기운을 떨치고자, 난 햇빛을 따라간다. 햇빛쫓기에 상식을 넘어 매달린다. 나는 책을 통해 무거운 기운이 전달되면 공포 분노 압박 비스므리한걸 느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근거하여 리뷰의 별 개수가 매겨진다. 그래서 3개. 그래서 리뷰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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