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한참이다. 빗소리에 잠이 깼었나 보다. 하루가 참 길다. 어제 오전 일인데 시간이 숨어 버렸는지 참 멀다. . 내 머리속은 여백이 없다.

그 친구의 새 번호를 묻지 않았다. 내가 놓은 끈을 그 친구도 잡지 않았다.  매듭 없이 둘 사이에 각각의 시간을 채워 넣었다.  와인을 마신 날 밤이면 머리 속엔 숫자로 곤죽이 되었지만 닿지는 않았다. 이제 우린 각자의 경계 안에 있다. 서로의 경계를 훼손 않는 간격을 두고 마주 할 만큼 10년은 우릴 성장시켰을 터.

나와 같을 거라는 오만한 확신의 근거는 대체 뭐야. 그래도 가끔은..가끔은. 그 만큼은 됐겠지. 내가 간직한 밀도만큼 그 친구도 그랬겠지.하려니 실은 자신 없다. 그래서 기다림은 길다. 그 기다림은 상대의 방향에 귀 기울이는 조심스러움이며 내게 주는 쉼표다.

10년 훨씬 전 음악을 들었다. 그 간의 공백은 어디로 간 걸까. 내 입에선 노랫말이 주문처럼 흘러나온다. 감성의 기억에 흠찟 놀란다. 그 친구는 그런 존재다.  절망적인 관계해석은 말기로 하자. 추억이 같은 것 만으로 우린 우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요리 잘해? 아직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니까 요리할 기회가 없었으려나? 

혼자 살면서도 음식 잘 조리해 먹는 사람들 보면,저사람은 참 자신을 소중히 다루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만약 내가 혼자라면 100% 대충 먹자 쪽일테지만... 그래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밥상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되려 즐기는 이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이들은 타인의 존중도 받는 것 같아. 또 그런 이들이 대부분 부지런하고 자기관리도 잘하는 걸 보면 내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은 아닐꺼야...  옛분은 한 가지만은 속여도 괜찮은 것이 바로 자기 입이라고. 모름지기 거친 음식으로 잠시 지나가는 것이라고도 하셨지만, 그 거친 음식이 내가 차리는 게으른 밥상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여튼 옆에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인다 이거지...한번 살아보면 어떨지 모르는 것이지만.

결혼하고 나서야 아하!하게 된 진실 하나..."살아 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말. 아무리 연애을 오래 해도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남루한 일상까지 까발리고 살아 보지 않고선 절대 상대를 안다고 할 수 없는 거 더라구. 결혼과 더불어 정서,무의식,염치,사고,물질,습관 등등이 속속들이 무장 해제 되면서 그 동안은 외면 가능했던 무방비의 상황과 어쩔 수 없이 충돌하게 되더라. 그걸  받아 들이던지 들이 받던지 해야 하는데. 타협? 그딴 거 없어. 처음엔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나 상대방이나 시간의 켜를 벗겨 내진 못해. 그래서 결국 각자 자기의 방식으로 끌어 들이고 충돌하다가 기억력이 딸리거나 덜 악착스러운 쪽에서 봐주며,포기하며 사는 거야.   

내가 결혼으로 묶인지14년이지만,그와 난 여전히 다른 섬에 살아. 둘 다 자신이 물러나 있다는 확신이 있을걸! 게다 아이들이 생기면 문제가 무리쯤으로 디테일해지고 popup book 처럼 입체화 되지. 눈뜨고 일어나면 돌발&돌발.  결혼은 또 둘만의 문제로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 그게 뭔 말인지도 결혼해 보면 알게 될 거고.


결혼 계획은 있는 거야? 아님 연애만 쭈욱?

둘 다 좋아 좋아...

어쨌든 변화이고 도전이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젖은 빨래처럼 처지는 날이다. 무리 속에 끼어 있어 확실한 혼자다. 검은 주방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지나간 엄마의 생일이 미안하다. 눈물이 난다.  씩씩함을 넘는 엄마의 목소리가 날 안도시키려는 과장임을 안다. 아프다. 엄마 보고 싶어요 말한다. 저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없다. 서로 운다. 건강하자고 매번 하는 다짐 다시 한다. 

다수처럼 살아내지 못하는 날 부정한다. 엄마에게 미안하다. 떠난 아빠에게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꺅 악~~엄마 화장실에 도마뱀 들어왔어!! 비명 소리 계속... 

가끔 집 안에서 도마뱀을 만난다. 주로 현관 근처에서,애들 아빠 신발 속에서,책상 밑에서, 차고 벽에서 ...그런데 어느날은 집 꽤 깊숙한 곳,침실 화장실에서 도마뱀을 발견한 것이다. 도마뱀이라 해봤자 어른 손가락 길이만한 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아주 어린 녀석들인데 그래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얘들이 발발거리며 기어다니는 것을 보면 놀라기 일쑤. 아이들 비명 소리를 듣고 바로 출동. 종이에 올려 정원으로 추방시키려는 찬라. 갑자기 작은 아이가 도마뱀을 보고 Hellow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부르는 순간 도마뱀은 징그러운 동물에서 갑자기 사랑스런 친구로 급 전환. 작은 아이보다 두배 가량 무섭다고 팔팔 뛰던 큰아이도 목을 쭉 빼고 허리를 숙이고 도마뱀을 들여다 보는 것 아닌가... 참..그 짧은 순간에 극에서 극으로 감정 전환이 되다니. Hellow 한 마디에.  

매몰차게 추방시키기엔 이미 때를 놓친듯 해서, 도마뱀을 우리가 키우자고 엉겁결에 전원 합의. 투명한 케익 케이스에 구멍을 뚫어 주고 풀잎도 깔고 집을 마련해 주었다. 집안 곳곳에 죽어 나뒹굴던 벌레들을 집어다 넣어 주고 물도 부어주고 매일 들여다 보면서 좋아라 했는데....우리집 애들이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더욱 애착이 갔었나보다. 사흘이 지나도 도마뱀은 아무것도 먹는 기색이 없는 것이었다. 그 후로 정보수집에 착수. 야생의 동물들은 갇히게 되면 스트레스로 먹이를 거부하다가 비극으로 치닫는 다는 사실 확인. 그래도 매일 도마뱀을 자기 일기장으로 여기며 도마뱀친구 앞에서 이런 저런 독백을 하고,눈뜨면 도마뱀친구 안부 먼저 살피던 큰아이는 쉽게 포기 못했다.  먹이로 돼지고기를 갈아서 줘보기도 하고 더욱 신경을 써봤지만 도마뱀의 배는 점점 쩍 달라 붙어 갔으니.... 


눈망울이 너무나 예뻤던 딸아이의 친구....이별 전 기념으로 남긴 사진
 

결국 고민 끝에 놓아 주기로 하고 뚜껑을 열어 밖에 내 놓았다. 아침에 외출할때 내 놓았는데, 오후에 돌아왔을 때도 아직 그 안에 있는 것 아닌가...큰 아이는 아직 떠나지 않은 도마뱀 친구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환호했다. 하지만 어렵게 내린 결정. 할 수 없이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내가 통을 뒤집어 엎어 방출시켜야만 했다. 친구의 이름도 지었었는데 굉장히 어려운 이름이라는 것밖엔 기억이 안난다. 한동안 큰아이는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 보며 그 어려운 이름을 부르곤 했다. 딸아이에게 그 도마뱀 이름이 뭐였지?물으니 바로 대답해줬는데 역시 내가 기억하기엔 어렵다. 사진들을 훑어 보다가 떠나 보낸 아이 친구의 모습을 보니 그 당시 피할 수 없었던 이별의 서운함이 새로이 일어 난다.  

 

** 근심이라면 근심이요,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닌 것. 한참 김이 폴폴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처음 일주일을 지내고,단념.차차 감정 컨트롤이 되면서 진정국면에 도달. but, 애초 시작이 잘못되었음을 우연찮게 알게 되고. 다시 원점. 이건 기회일까. 새로운 난관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동안 뜸했던-꼽아 보니 불과 일주일인데 꽤나 긴 줄 알았다-ㄱ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난 주로 그녀의 전화를 받기만 했는데 오늘은 내가 먼저,아이들 돌아 올 시간 오후3시에 맞춰 작정하고 전화를 넣었다.  

4월 내에 귀국 예정인 그녀는 요즘 한국 생각이 많은가 보다. 생애 첫 집에 들어 갈 가구등 요모 조모 궁리할 것이 넘치는가 하면,희미해져 안도했으나 잠시 침전되었던 것에 불과한 시댁식구로 인한 아연실색이 하나 둘 떠 올라 귀국이 실감나는가 보다. 관리비 30만원,60명 정원의 초등학교,주택 물량 소진,환율,쇼핑 등 그녀가 풀어 놓은 한국 얘기들은 내게도 귀국을 실감나게 했고 나도 빨리 불안정한 미국 셋방살이 거두고 한국 내집에 정착하고픈 조바심으로 몰았다.  

다 좋은데 사람을 대할때 호오가 분명한 게 문제라는 그녀,그런 그녀 주변에 머물수 있는 나는 보통은 되는 인간인가.라는 내맘대로 해석에 미소를 숨겼다. 얼마전 내가 상대의 반응에 별 확신이 없어,이러면 어쩌지,저러면 어쩌지 하며 늘 하듯 걱정을 늘어놓았던 나..... 그녀....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매콤화끈한 말은 던졌더랬다. 자기 손을 떠나면 그뿐이지 뭐 그런걸 신경쓰냐고, 그런것까지 신경쓰고 어떻게 사냐고 한마디로 일축. 와우. 닮고싶다.   

그녀와 얘기하다 보면 그녀가 혹시 내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만큼 날 잘 안다는 뜻일까? 일상을 나와 비슷하게 해석하지만 대응방식은 다른. 그녀와 묻어서 지내다 보면 그녀의 방법을 흉내낼 수 있을까. 내가 남들을 너무 어려워 한단다. 일부 맞긴 맞는 말이다. 내가 워낙 덜렁대고 실수가 많아 어떻게든 핀잔을 면해 보고자 조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완벽주의 쪽으로 비춰지나 보다. 본능적인 자기 방어의 흔적일 뿐인데, 감추고픈 흉터가 되려 도드라져 난 피곤한 인간이 되었다.

요즘 메일을 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의문이 될 것 같지 않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설명하느라 숨이 차다. 첨엔 공감대가 없으니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는데,한 장 한 장 메일이 오가면서 일상을 들추다 보니 할 말이 너무 많은 거다. 10여년이 벌려 놓은 간격에 멀미가 난다. 띵~

 시무룩한 하늘,느닷없는 반짝 햇살,또 시무룩. 오늘.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3-21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