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 악~~엄마 화장실에 도마뱀 들어왔어!! 비명 소리 계속... 

가끔 집 안에서 도마뱀을 만난다. 주로 현관 근처에서,애들 아빠 신발 속에서,책상 밑에서, 차고 벽에서 ...그런데 어느날은 집 꽤 깊숙한 곳,침실 화장실에서 도마뱀을 발견한 것이다. 도마뱀이라 해봤자 어른 손가락 길이만한 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아주 어린 녀석들인데 그래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얘들이 발발거리며 기어다니는 것을 보면 놀라기 일쑤. 아이들 비명 소리를 듣고 바로 출동. 종이에 올려 정원으로 추방시키려는 찬라. 갑자기 작은 아이가 도마뱀을 보고 Hellow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부르는 순간 도마뱀은 징그러운 동물에서 갑자기 사랑스런 친구로 급 전환. 작은 아이보다 두배 가량 무섭다고 팔팔 뛰던 큰아이도 목을 쭉 빼고 허리를 숙이고 도마뱀을 들여다 보는 것 아닌가... 참..그 짧은 순간에 극에서 극으로 감정 전환이 되다니. Hellow 한 마디에.  

매몰차게 추방시키기엔 이미 때를 놓친듯 해서, 도마뱀을 우리가 키우자고 엉겁결에 전원 합의. 투명한 케익 케이스에 구멍을 뚫어 주고 풀잎도 깔고 집을 마련해 주었다. 집안 곳곳에 죽어 나뒹굴던 벌레들을 집어다 넣어 주고 물도 부어주고 매일 들여다 보면서 좋아라 했는데....우리집 애들이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더욱 애착이 갔었나보다. 사흘이 지나도 도마뱀은 아무것도 먹는 기색이 없는 것이었다. 그 후로 정보수집에 착수. 야생의 동물들은 갇히게 되면 스트레스로 먹이를 거부하다가 비극으로 치닫는 다는 사실 확인. 그래도 매일 도마뱀을 자기 일기장으로 여기며 도마뱀친구 앞에서 이런 저런 독백을 하고,눈뜨면 도마뱀친구 안부 먼저 살피던 큰아이는 쉽게 포기 못했다.  먹이로 돼지고기를 갈아서 줘보기도 하고 더욱 신경을 써봤지만 도마뱀의 배는 점점 쩍 달라 붙어 갔으니.... 


눈망울이 너무나 예뻤던 딸아이의 친구....이별 전 기념으로 남긴 사진
 

결국 고민 끝에 놓아 주기로 하고 뚜껑을 열어 밖에 내 놓았다. 아침에 외출할때 내 놓았는데, 오후에 돌아왔을 때도 아직 그 안에 있는 것 아닌가...큰 아이는 아직 떠나지 않은 도마뱀 친구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환호했다. 하지만 어렵게 내린 결정. 할 수 없이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내가 통을 뒤집어 엎어 방출시켜야만 했다. 친구의 이름도 지었었는데 굉장히 어려운 이름이라는 것밖엔 기억이 안난다. 한동안 큰아이는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 보며 그 어려운 이름을 부르곤 했다. 딸아이에게 그 도마뱀 이름이 뭐였지?물으니 바로 대답해줬는데 역시 내가 기억하기엔 어렵다. 사진들을 훑어 보다가 떠나 보낸 아이 친구의 모습을 보니 그 당시 피할 수 없었던 이별의 서운함이 새로이 일어 난다.  

 

** 근심이라면 근심이요,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닌 것. 한참 김이 폴폴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처음 일주일을 지내고,단념.차차 감정 컨트롤이 되면서 진정국면에 도달. but, 애초 시작이 잘못되었음을 우연찮게 알게 되고. 다시 원점. 이건 기회일까. 새로운 난관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