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꼽아 보니 불과 일주일인데 꽤나 긴 줄 알았다-ㄱ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난 주로 그녀의 전화를 받기만 했는데 오늘은 내가 먼저,아이들 돌아 올 시간 오후3시에 맞춰 작정하고 전화를 넣었다.  

4월 내에 귀국 예정인 그녀는 요즘 한국 생각이 많은가 보다. 생애 첫 집에 들어 갈 가구등 요모 조모 궁리할 것이 넘치는가 하면,희미해져 안도했으나 잠시 침전되었던 것에 불과한 시댁식구로 인한 아연실색이 하나 둘 떠 올라 귀국이 실감나는가 보다. 관리비 30만원,60명 정원의 초등학교,주택 물량 소진,환율,쇼핑 등 그녀가 풀어 놓은 한국 얘기들은 내게도 귀국을 실감나게 했고 나도 빨리 불안정한 미국 셋방살이 거두고 한국 내집에 정착하고픈 조바심으로 몰았다.  

다 좋은데 사람을 대할때 호오가 분명한 게 문제라는 그녀,그런 그녀 주변에 머물수 있는 나는 보통은 되는 인간인가.라는 내맘대로 해석에 미소를 숨겼다. 얼마전 내가 상대의 반응에 별 확신이 없어,이러면 어쩌지,저러면 어쩌지 하며 늘 하듯 걱정을 늘어놓았던 나..... 그녀....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매콤화끈한 말은 던졌더랬다. 자기 손을 떠나면 그뿐이지 뭐 그런걸 신경쓰냐고, 그런것까지 신경쓰고 어떻게 사냐고 한마디로 일축. 와우. 닮고싶다.   

그녀와 얘기하다 보면 그녀가 혹시 내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만큼 날 잘 안다는 뜻일까? 일상을 나와 비슷하게 해석하지만 대응방식은 다른. 그녀와 묻어서 지내다 보면 그녀의 방법을 흉내낼 수 있을까. 내가 남들을 너무 어려워 한단다. 일부 맞긴 맞는 말이다. 내가 워낙 덜렁대고 실수가 많아 어떻게든 핀잔을 면해 보고자 조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완벽주의 쪽으로 비춰지나 보다. 본능적인 자기 방어의 흔적일 뿐인데, 감추고픈 흉터가 되려 도드라져 난 피곤한 인간이 되었다.

요즘 메일을 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의문이 될 것 같지 않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설명하느라 숨이 차다. 첨엔 공감대가 없으니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는데,한 장 한 장 메일이 오가면서 일상을 들추다 보니 할 말이 너무 많은 거다. 10여년이 벌려 놓은 간격에 멀미가 난다. 띵~

 시무룩한 하늘,느닷없는 반짝 햇살,또 시무룩.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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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1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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