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반생기
양주동 지음 / 최측의농간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77


"거의 페이지마다 잘못된 게 있어 200건(전체 건수가 아니라 페이지 수 기준)도 넘는 오류, 오탈자를 메일로 알려주었더니 고맙다고 하면서도 전문학자의 충실한 주해에 의한 정본의 성립을 목표로 한 게 아니며 '최측의농간’구성원들이 이 책의 초판을 함께 독해한 과정을 기록한 걸로 이해해달라는 답장(실은 다 머리말에 쓴 내용)이 왔습니다. '문주반생기’라는 책과 양주동이라는 학자를 전혀 몰랐던 자신들과 같은 젊은 세대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갈파했던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출판은 연습이 아니며 경험 쌓기도 아닙니다. 이 출판사의 대표는 “원고의 맛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한자를 한글로 바꾸거나 병기, 초판에 없던 1,996개의 각주를 보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 “자전과 사전을 비롯해 참고도서 수백 권과 인터넷 아카이브를 뒤져 가며 꼼꼼히 해독하느라 품과 시간이 들었던 것. 그런 노력은 이번 책에 달린 1,996개 각주가 증명한다.”고 보도한 신문도 있던데, 책을 조금만 찬찬히 살펴봤더라면 이런 칭찬은 감히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出陳(출진)은 물품을 내놓아 진열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걸 出陣으로 잘못 보고‘싸움터로 나아감’이라고 각주를 달았는데도 자전과 사전을 뒤져 꼼꼼히 해독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문주반생기’ 초판은 1960년에 나왔습니다. 그때도 무애의 글을 다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지금처럼 거의 삼국시대 문서로 받아들이는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불과 반세기 조금 더 지난 시대의 글인데도 이렇게 불통이 될 정도로 어문생활은 변해왔고, 어문교육의 전통이 단절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사회 전반의 지식량이 감퇴되거나 왜소해진다는 우려와 함께,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됐습니다. 지식의 축적과 전승에 기여해야 할 출판의 엄정함과 진지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가벼워지는 경향도 걱정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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