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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색 -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평점 :
‘2006 대한민국 상식백과사전’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책이다. 사랑, 불륜, 질투, 순결, 키스, 욕망, 열정, 배신 등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20개 주제를 선정, ‘한국인론’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 유형을 밀도 있게 구체화 했다. 그런데 이 책의 방점(傍點)은 아무래도 마지막의 ‘배신’에 찍혀 있는 듯하다.
저자는 민주당 분당이라는 동전의 앞면은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의 문제였지만, 뒷면은 ‘배신과 왕따’라는 내부도덕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중은 정치의 앞면만 볼뿐 뒷면은 보지 않거나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성공했지만 민주당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최근 열린우리당의 몰락과 민주당의 약진에서 은근히 ‘배신자’의 암담한 미래를 기대하는 듯하다(256쪽). 그리고 이렇듯 명분보다 내부도덕에 더 비중을 두는 듯한 저자의 입장은, 결국 제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의리’ 또는 ‘싸가지’의 비중을 간과하기는 힘들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시비비를 확연하게 구분하던 이전의 입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듯한 저자의 태도는,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진 2006년 우리 사회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