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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는 대하소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강점시대와 해방공간을 거쳐 박정희 시대에 이르는, 실로 파란만장했던 격동의 20세기 한국현대사를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조감한 바 있다. ‘작가의 말’에서 조정래는 “내 문학에서 분단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설을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분단문학의 최고봉인 작가가 이 소설로써 분단 이야기를 끝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하소설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점에서, 작가 개인의 삶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매듭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인공 ‘윤혁’은 남파 간첩으로 내려왔다가 체포돼 30년 간 복역한 인물이다. 강제로 전향했지만 속으로는 사회주의 사상을 버리지 못한 비전향자이다. 그의 동료인 장기수 ‘박동건’은 사상의 조국이었던 소련의 붕괴에 절망한 나머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윤혁은 가게에서 먹을 것을 훔치던 경희ㆍ기준 남매를 구해준 인연으로 이 아이들과 만나며 삶의 활기를 얻는다. 그는 감옥에서 만난 운동권 출신 ‘강민규’의 권유로 수기를 발표하고 이를 계기로 알게 된 보육원장과 편지를 주고받는다. 결국 그는 경희ㆍ기준 남매와 함께 아예 보육원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삶을 산다.
윤혁이 추구한 사회주의는 조지 오웰이 설파한 사회주의와 무척이나 닮아 보인다. 오웰에게 사회주의란 특정의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정강정책으로 표방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었다. 그의 사회주의는 가족과 공동체에 의해 결속되고, 인도적․정서적 성격이 강조되는 그러한 것이었다. 소설 말미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사회주의자 윤혁의 삶은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연습의 과정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조정래와 조지 오웰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동일하다. ‘순수한 절대적 인간성’, 그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