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쏘다 - 고요함의 동학 국궁
김형국 지음 / 효형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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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을 소재로 우리 역사와 문화와 현실을 흥미롭게 짚은 책이다. 태조 이성계의 활솜씨가 뛰어나단 얘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조대왕이 태조를 능가하는 명사수란 대목이 신선하게 와 닿는다. 50대를 쏴서 50대를 다 맞출 수 있는 실력임에도 겸양의 뜻으로 한 대를 일부러 빗나가게 쏘았다니 조선에 저런 왕도 있었던가 싶다.

 인마살상용이 아닌 화살로 효시(嚆矢)가 있었다고 한다. 살촉 대신 청동 또는 뿔로 만든 소리통을 달았는데, 거기 뚫려있는 구멍이 공기의 저항을 받아 소리를 내기 때문에 신호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사냥 또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용도인지라 효시가 ‘시작’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사(史)는 활쏘기에서 적중수를 헤아리는 사람이었고, 목적(目的)은 과녁에 시선을 집중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활에서 유래된 한자말은 이외에도 부지기수이다. 유사 이래 활이 얼마나 동아시아인의 삶에 밀착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초반에는 과녁의 사각형 안에 빨간 원을 그려 넣었는데, 일제가 일장기를 닮았다며 그걸 쏘는 것은 불충이라고 호통을 치자, 붉은 원 바깥에 검은 사각형을 칠해 일제의 질책을 피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과녁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국궁을 2003년부터 취미로 시작했다는 저자는 대단히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본시 쉬운 글을 어렵게 쓰기는 쉬워도 어려운 글을 쉽게 풀어쓰기는 어려운 법, 저자의 글쓰기 내공은 대단하다. 그러나 이렇게 보통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간결한 글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지 싶다. 즉 역설적이게도 저자가 활쏘기 초보자이기에 가능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고수들은 오히려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의 가려운 데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첫 장을 펴들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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