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씨날코 - 1959년 이기붕家의 선물 꾸러미
김진송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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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기붕 가 출입인 명부를 통해 재구성한 책이다. 4.19혁명으로 끓어올라 폭발되기 직전의 흐물흐물 썩어문드러진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역사상 경천동지의 대파국을 맞이하기 직전의 사회에서 종종 표출되곤 하는 ‘시대의 징조’를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자유당 시대를 경험한 기성세대는 씁쓸한 감회와 함께 ‘허허,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낯선 미개 사회를 들여다보는 듯한 생경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후반부에서 일대 ‘반전’을 시도한다. 1959년에 목격했던 추악한 과거의 광경들을 오늘의 현실에서도 아주 실감나고 생생하게 보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할 말을 잃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사의 질기디 질긴 연속성을 확인한 셈이다. 과거를 현재의 타자로 만들고 싶어 했던 저자, 그리고 저자의 시도에 편승하려 했던 독자들의 기대는 좌절로 끝난다.

 과거의 참담함은 현재의 참담함이며, 과거를 향한 분노는 현재를 향한 분노일 수밖에 없다. 과거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나의 현실이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과거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듯이, 현재로부터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함께 ‘쓴맛’을 보자고 권유하려는 듯하다. 물론 그것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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