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 (1995) - [할인행사]
시드니 폴락 감독, 해리슨 포드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영화 <사브리나>는 원래 빌리 와일더 감독이 1954년에 만든 로맨틱 드라마였는데, 1995년 시드니 폴락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험프리 보가트, 윌리엄 홀든, 오드리 헵번 등이 출연한 빌리 와일더의 원작은 두 명의 근사한 남자 중 한명을 선택해야했던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로, 반세기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다가 시드니 폴락 감독에 의해 다시 새롭게 모습을 나타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을 연출한 시드니 폴락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헐리웃 톱스타 해리슨 포드와 <가을의 전설> 등으로 급부상한 줄리아 오몬드를 전격 캐스팅하여 한 편의 아름다운 로맨틱 드라마를 완성했다.

 미국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에 자리 잡은 대저택에는 래러비 일가와 많은 하인들이 살고 있다. 롤스로이스 운전기사인 페어차일드의 딸 사브리나(줄리아 오몬드 분)는 래러비 가의 둘째 아들 데이빗(그렉 키니어 분)을 연모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러던 중 파리 유학길에 오르게 된 사브리나는 떠나기 직전 데이빗의 방에 몰래 숨어 들어가 사랑의 감정을 밝히지만, 때마침 데이빗 방에 와있던 형 리누스(해리슨 포드 분)가 동생 대신 고백을 듣게 된다. 이에 깜짝 놀란 사브리나는 서둘러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사브리나는 어느덧 2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고, 그녀는 데이빗과 리누스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리누스와 사랑의 해후를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평론가들은 오드리 헵번이 맡았던 사브리나 역을 줄리아 오몬드에게 맡긴 것은 역사상 최악의 캐스팅이라면서 리메이크 작품을 혹평하는 분위기이지만, 나는 ‘각별한 이유’로 원작보다는 리메이크 작품에 마음이 더 쏠린다.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사브리나의 아버지 페어차일드가 딸 앞에서 옛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자신이 왜 래러비 가의 운전기사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드리 헵번이 타이틀 롤을 맡았던 1954년 작에는 이 장면이 없다.)

 그가 직업 선택에서 고려한 조건은 단 한 가지, ‘독서할 시간적 여유’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그는 대개 독서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래러비 가에서 살림집으로 내준 별채에 그가 마련한 서재는 온통 책으로 가득하다. 거부의 자가용 운전기사 노릇을 하면서 틈만 나면 책을 손에 드는 그의 모습은 낯설고도 신선한 것이었다. 우리의 상식(?)으로 볼 때 지극히 운전기사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것이 내가 리메이크 <사브리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한편으로는 궁금증도 생긴다. 한국 영화에서도 그런 식의 캐릭터 설정이 가능할 수 있을까? 현실감(리얼리티)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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