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와 이발사
에트가 힐젠라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독일인 막스 슐츠는 유대인 이발사의 아들 이치히 핀켈슈타인와 한동네에 사는 절친이다. 둘은 늘 붙어다니며 이치히 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이발 기술을 배운다. 요컨대 두 사람은 불알친구였단 말씀.

-그러던 어느날 히틀러가 집권하자, 막스는 SS 부대에 들어가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하고, 심지어 이치히와 그 가족들을 죽이는데도 가담한다. 전쟁이 끝나고 쫓기는 몸이 된 막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절친이었던 유대인 이치히 핀켈슈타인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팔뚝에 수용소 번호를 문신하고 할례까지 받아 완벽하게 유대인으로 변신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형적인 유대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건국초기의 이스라엘에 건너가 조국 건설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유대인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존경을 받는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에서 주인공 마르탱은 가짜 신분이 탄로나서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에 반해 <나치와 이발사>의 주인공은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다. 물론 전자는 논픽션이고 후자는 픽션(블랙 코미디)이다.

-이 소설은 1971년 미국에서 출간되고, 이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작가의 조국인 독일에선 60여 곳이 넘는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다가 (출판시장에서의 대박 성공이 보장된 책이었음에도) 1977년에 이르러서야 독일어로 출간되었다.홀로코스트 희생자 유대인에 대한 문학적 풍자(그것도 가해자 시점!)를 용납하지 않던 당시 독일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독일이 홀로코스트 컴플렉스에서 빠져나오는 (또는 홀로코스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신호탄으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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