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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하겠다고 몇 주간 목표를 정확히 지켜오다가 미세먼지가 몰아치고 목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서 몇 주간 걷고 뛰는 것을 게을리한 결과, 마라톤에 대한 부푼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논문 심사를 앞두고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었다고 말하는 것도 핑계.. 계획대로였다면 10월에 있을 이런 저런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고 있었을 텐데. 마라톤을 준비하는 삶이란 것조차 쉽지가 않다. 의지의 탓도, 불안정한 인문대 (여자) 대학원생의 삶도 한 몫했으려나.

 

그리하여 박사논문을 어찌어찌 제출하고 2학기를 맞는다. 마라톤을 다시 준비해볼까 싶은 생각보다, 지금은 삶 자체가 마라톤인가 싶다. 수업 하나를 겨우 얻어서 맡게 되고 그것은 하필 글쓰기여서 글을 쓴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신기한 건 하는 일은 없이 머릿 속만 복잡할 때는 도무지 잡문을 쓸 생각이 일어나지 않다가 이상하게도 하루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체력도 정신력도 소진되고 보니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이게 무슨 심리이려나? 글을 의무로 써오면서 정작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은 쓸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문득 무엇이든간에 이 하루에 대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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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어쩐지 이거다 싶었다.

지난 2월에 중국 시안에 갔을 때 성벽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나보다, 라고 별종으로 여겼었는데 낯선 도시의 공기를 가르고 땅을 밟고 거친 호흡을 내뱉으면 뛴다는 것이 갑자기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마 하루키나 김연수의 수필들을 읽으며 나도 한번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라톤을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박사논문 이외의 것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겠다는 생각도 작용했고, 또 내년이면 여러가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더욱 '마라톤'이라는 긴 준비과정이 필요한 도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10월 중순이나 11월 초순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 중 하프 마라톤에 도전해볼 생각인데, 몸 상태 등으로 봐서 어떤 대회가 될 지 결정될 것 같다.

 

마라톤 준비를 하면서 참고한 책은 '마라톤 풀코스 16주 완주 프로그램'이라는 책이다. 절판 되어서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대충 책을 훑어봤다. 여기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대회 16주 전부터 하루에 4일씩 정해진 거리를 뛰는 것인데, 16주 이전에 예비훈련으로 11주 정도 해야 할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오늘부터 일주일 간 3일은 30분동안 보통속도로 걷기(1km 10~12.5분)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집 근처 공원이 약 400m 정도 되어서 8바퀴 정도를 걷거나 뛰기로 했다. 걷기만 하기에는 영 심심해서 뛰면서 시작했는데, 8바퀴에 20분정도 걸린 것 같다. 허벅지가 약간 뻐근한 것이 내일 근육통이 생길 것 같은 확실한 예감이 들지만 뛰고 나니 기분은 엄청 상쾌하다. 이렇게 앞으로 이틀간 더 걷거나 뛰고 다음주에는 훈련일을 하루 늘려 4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빠른속도로 걷기(1km 8~10분) 3일, 그 다음주에는 4일 이런 식으로 일단 계획되어 있다. 시간도 4주차부터는 3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한 주 한주 해나가다보면 정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될지. 목표를 정해놓고 이뤄나갈 생각을 하면 어쩐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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