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하겠다고 몇 주간 목표를 정확히 지켜오다가 미세먼지가 몰아치고 목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서 몇 주간 걷고 뛰는 것을 게을리한 결과, 마라톤에 대한 부푼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논문 심사를 앞두고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었다고 말하는 것도 핑계.. 계획대로였다면 10월에 있을 이런 저런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고 있었을 텐데. 마라톤을 준비하는 삶이란 것조차 쉽지가 않다. 의지의 탓도, 불안정한 인문대 (여자) 대학원생의 삶도 한 몫했으려나.

 

그리하여 박사논문을 어찌어찌 제출하고 2학기를 맞는다. 마라톤을 다시 준비해볼까 싶은 생각보다, 지금은 삶 자체가 마라톤인가 싶다. 수업 하나를 겨우 얻어서 맡게 되고 그것은 하필 글쓰기여서 글을 쓴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신기한 건 하는 일은 없이 머릿 속만 복잡할 때는 도무지 잡문을 쓸 생각이 일어나지 않다가 이상하게도 하루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체력도 정신력도 소진되고 보니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이게 무슨 심리이려나? 글을 의무로 써오면서 정작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은 쓸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문득 무엇이든간에 이 하루에 대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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