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을 지하철을 오가며 읽고 있다. 국문과 글쟁이가 글쓰기 수업을 맡아서 하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처음 써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책을 잘못 고른 것 같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은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못 쓰고 있는 사람에게 글 쓰기란 이렇게나 매력적인 것이야, 얼른 써, 써, 라고 충동질해대는 책이기는 하지만 나처럼 글쓰기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었다. 학점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매력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이 수업의 목적 자체가 학술적 글쓰기 그러니까 소논문에 대한 것이고보면 이 수업 자체가 글쓰기의 매력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다만 이 책은 학생들이 아니라 나를 위해 '유용'한 결과를 가져왔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들었고 또 앞으로도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매일 쓰면 된다는, 그리고 스스로가 싫어질 만큼 자기 생각 없이 실실 웃기만 하는 바보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으면 글을 써야 겠다는 단순하지만 어마어마한 깨달음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 적어둔다.

"돈과 나를 맞바꾸는 거래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나'를 만나는 일, 자기의 사회적 표정과 대결하며 본래의 표정을 되찾는 일이 어른의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 (97)

 

책을 잘못 고른 덕분에, 나는 이제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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