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수업을 하는 데는 자신이 없어서 그동안 한 수업에 대한 평을 잘 보지 않으려고 했다. 충북대는 평가를 보지 않으면 성적을 매길 수가 없어서 봤더니 생각보다 평들이 나쁘지 않았고(수업 진행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한림대는 수향 언니 말로는 평이 나쁘지 않다고 했고.. 그래서 내가 더 재밌게 했다고 생각한 서울대 평가도 나름 기대를 했는데

 

역시 서울대 애들은 뭔가 평가가 엄격하다. 자신들이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입장이 누구보다 확고한듯. 계절학기의 특수성(고학번, 재수강이 많다는 점)이 있어서인지 강의를 통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냉정하게 평가되고 있어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인정이 없다는 것이 이런 말일까. 한달 여간 주3일씩 보면서, 그리고 서로가 쓴 글들을 읽고 평을 하면서 개개인들에 대해 알아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그저 이 '수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얻어갈지에 대해 '계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태도가 좋고 나쁘고 평가하는 것을 떠나 이 친구들은 내가 수업을 즐긴만큼도 '수업'을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수업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거나 인문학적 글쓰기에 치우쳐 있었다거나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하는 평을 떠올리면 지금은 실소가 나온다. 나 역시 내가 즐기지 못한 수업에 대해서는 가혹한 수업평가를 하기도 했으니 남의 얘기만도 아닌 셈이다. 수업을 한다는 것, 수업을 듣는다는 것. 무엇을 위한 것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글쓰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글에 대한 피드백이고, 그 피드백이 단순히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을때 내 수업이 그런 지점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 수업 하나 듣는다고 해서 학생들 글쓰기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는다는 자조와 냉소가 한몫했으려나. 그럼에도 수업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을 했었는데, 그건 그저 고학번, 재수강이라는 요소가 작동했기 때문일뿐인지도 모른다.

 

결국 나 혼자 들떴다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계절학기라는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게 된다. 학생들도 '학점'을 따는 것을 넘어 수업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식으로 커리를 운영하면 좋을까. 나만 재미있는 수업이 아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도 수업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봅시다.

 

어쨌든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