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매뉴얼 - 라깡, 바디우, 일상의 윤리학
백상현 지음 / 위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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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고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기는 하지만 이 책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도 라깡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개념 사용이 다소 엄밀하지 못한 것 같고. 궁극적으로는이 책에서 설명하는 라깡의 주체론에 대한 견해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무엇보다 허무에서 창조가 가능한 이유를 갑자기 주체의 결단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티고네의 결단? 안티고네는 무엇을 창조한 것일까? 안티고네는 상징계에 구멍을 뚫은 것뿐이다. 고독했던 광주의 시민군이나 인상파 화가나 안티고네는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를 욕망해서는 우울증환자가 될 뿐이다. 무를 향해 나아가는 것과 무를 욕망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으면서 우울증환자에게 구원자로서의 신화를 덧씌운다. 그러면서 의도치않게 구원자에게 우을증자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영혼의 슬픔>에서 이종영 선생님이 간디의 비폭력운동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도 들었던 궁금증은 허무주의의 극단에 이른 자에게 도대체 '역사'는 어떠한 의미일까 하는 것이었다. 자아나 세계가 허구임을 알면서도 정치운동을 하는 이들은 어떠한 이유 때문일까? 자아와 영혼이 아무런 관련이 없고 대립적인 것이라면 왜 비폭력운동을 하는 것일까?

 

* 이 책에서 말하는 '고독'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주류로부터의 소외를 말하는 것이라면 너무나 편협한 해석이 아닌지. '홀로됨'이 추구하는 것은 주류도 비주류도 모두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일 뿐이다. 진리가 없다는 것의 의미 역시 마찬가지. 단순히 진리가 구성된 것이라는 사실 뿐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여전히 추구해야 할 진리가 있으며 그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예술가적인 '고독'을 너무 신성시하면서 모더니티의 이념을 부르짖는 데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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