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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슬픔 - 두 개의 삶 사이에서
이종영 지음 / 울력 / 2014년 5월
평점 :
<내면으로>를 읽고 후속작을 기다려왔었다. 책을 샀지만 한동안 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마침내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나서의 난감함 때문에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마침 하이데거의 니체 강의록을 읽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이 책은 신기하게도 데카르트, 칸트, 헤겔, 니체에 이르는 유럽 형이상학의 역사를 한 눈에 꾀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프로이트, 라깡의 정신분석학은 물론이고. 주체, 자아, 물자체, 세계 등 형이상학적 개념의 의미들이 단번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헤겔의 변증법, 데카르트의 주체론이 지니는 한계와 그것을 넘어서고 있는 칸트와 라깡의 주체론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놀라움과 함께 찾아온 당혹스러움은 이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아도, 또한 자아가 만들어낸 이 세계도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영혼과 신에 대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아니, 이것이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행위 그러니까 수련의 문제인데 이 책에서는 수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 이후 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도 답하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끝맺는다는 것.
이 책 자체가 어떤 기로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학문과 학문이 아닌 것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 있는. 자신이 갈 길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