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 페드르 큰글 세계문학전집 9
장 바티스트 라신 지음, 장성중 옮김 / 큰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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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라신, 페드르, 만남 출판사

 

페드르: 하느님 맙소사! 오늘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지? 이제 내 남편이 나타날텐데. 그리고 그의 아들도 함께. 내 정념의 불길을 목격한 그 증인이 내가 어떤 낯으로 자기 아버지에게 다가가는지 주시하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게 되겠지. (73~74)

 

페드르: 그의 안하무인의 눈빛 속에 나의 파멸이 분명히 적혀 있구나. (79)

 

 

이 희곡은 어릴 적 장세니즘(Jansenism)의 중심지인 포르 루아얄에서 교육을 받은 라신의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로는 신의 예정과 은총의 절대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원죄 이후의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하는 장세니즘은 <페드르>에서는 정념에 무력한 페드르의 모습과 무고한 죽음을 맞는 이폴리트를 통해 표현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붙어 있는 각주 117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사랑에 버림받은 자의 정념에 대한 어떤 공식이 성립된다. , 그들은 정념에 이끌린 비참의 절정에서 상대방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자살을 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어느 한 쪽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인간이 아무리 선행을 한다고 해도 구원을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신은 인간에게 철저히 무관심하다. 최근 바디우와 아감벤이 말하는 사도 바울의 사상 역시 이러한 장세니즘과 연관되어 있다.

 

선행(virtue)과 은혜(grace)의 이러한 엇갈림에 대해서는 지젝이 히치콕과 함께 라깡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것에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79쪽 페드르의 대사가 "그의 불손한 응시 속에 나의 파멸이 크게 써 있도다"라고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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