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 열린책들 세계문학 22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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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라는 거, 완료라는거. 그다지 기분이 좋은것만은 아니다. 무엇인지 모르는 이 허망함. 그 당시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만 싶달까한 걸음을 얻으며 젊음을 버렸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젊음은 포기하는게 좋겠다. 

이 극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된 4막극으로 벚꽃동산의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당시 러시아 전체 귀족사회의 몰락을 어느 한 귀족가문(라네프스카야)의 몰락을 통해 그려낸 연극이다.

주인공 라네프스까야 부인은 5년 동안 비워 두었던 자기 영지로 딸들과 함께 돌아온다. 라네프스까야 부인의 경영 부실과 낭비로 영지가 남에게 넘어가기 석 달 전이었다. 부인도 두 딸도 이 옛 농원에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었지만, 부인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딸들인 바랴나 아냐에게도 아무 대책이 없다.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웃에 살고 있는 농노 출신 신흥사업가 로빠힌뿐이었다. 그는 영지를 세분하여 별장 대지로 팔자는 것이지만, 이 지방에서 가장 멋지다는 벚꽃동산이 있는 이 농원을 아끼던 부인은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 때 이 지방의 만년 대학생 트로피모프가 찾아오게 되고, 그는 이상에 불타는 청년이었고, 열일곱인 아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는 아냐에게 낡은 집을 버리고 자유로워지라고 권한다.

한 편 장녀인 바랴는 남몰래 로빠힌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머니 라네프스까야 부인 역시 바랴를 로빠힌과 결혼시키려 마음먹고 있었다. 부인은 로빠힌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자본가인 로빠힌은 몰락귀족인 바랴에게 구혼하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벚꽃동산은 아무 대책도 없이 경매에 붙여지게 된다. 낙찰자는 로빠힌이었고, 그는 영지를 소유하고 나자 별장지로 분양한다는 자기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수년 묵은 벚꽃나무를 잘라내자, 농노 출신 로빠힌은 이 아름다운 영지를 소유하게 돼 기쁘고, 라네프스까야 부인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으며, 바랴는 기분이 언짢아진다. 영지가 팔렸으니, 라네프스까카야 일가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바랴는 언제까지 기다려도 구혼하지 않는 로빠힌에게 자존심이 상하여 가정부 직업을 찾아 나서고.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파리에서 살 결심을 하고. 아냐는 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 극은 19세기 말 러시아에 상업자본의 바람이 불고 그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지주 귀족들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다 완전히 몰락하는 인간 집단의 모습과 그것에 적응하여 성공하는 신흥부자들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대부분 비평은 그녀를 과거에 집착하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인물로 신문물을 거부하는 허망한 고집을 가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나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마치 내가 라네프스카야가 된 것처럼 슬펐다. 화려한 과거의 몰락,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남은 한 줌의 자존심이라도 붙잡고 싶은 안쓰러운 인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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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19-11-0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 집중읽기 하고 있어요~~^^ 한번읽을때와 두세번 읽을때는 사못 다르네요. 첫번째는 카페라테맛?

Angela 2019-11-03 22:27   좋아요 0 | URL
집중읽기 후 리뷰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