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 (토이) 6집 - Thank You
토이 (Toy)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토이 6집이 나오기까지 목이 빠지도록, 눈이 튀어나오도록 기다렸다..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왠만큼은 기다렸다. 발매일이 되자마자 음반 매장으로 달려가 그의 음반을 집어든..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 상황도 아니지만, 한국에 있었다 해도 그의 음반을 발매와 동시에 구입했을지는 미지수다. 음반 구매에 있어 신중파라 자부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구매해온 음반들을 보면 이걸 살 땐 정말 미쳤었다- 싶은 것들이 종종 눈에 띈다. 어쨌거나, 그래도 발매일이 되자마자 인터넷을 뒤져 전곡을 들어보는 정도의 열의는 가지고 있었고, 듣자마자 정식 리뷰는 아니더라도 브레인스토밍 식의 러프 드래프트는 끄적였었다. 나의 태도는 그 정도.

처음에는 무조건 "고맙습니다, 유희열씨!" 이거였다. 김형중 보컬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너무 좋았고, 전반적으로 변하지 않아준 것이 고마웠다. 사실 올해들어 지나치게 변해버린, 그로 실망스러운 가수들의 음반을 많이 접했고 그게 너무 실망스러워서 토이의 귀환에도 약간의 우려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여전했고, 특유의 가사도 여전했고. 그러나 보컬 위주로 곡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는 나였으므로 전체적인 감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한동안. 허술하기 그지없는 브레인스토밍 식의 러프를 들여다보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고민했으나 결국은 때려치웠다. 전체적인 감상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지금의 느낌과 처음의 대략적인 느낌이 퍽이나 상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음, 뭐라고 해야할까. 이건 어렵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음반에 대한 감상이라는 게 순수하게 그 음반에 실린 음악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 가수의 전적 등 외적인 요소가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이라는 가수가, 무려 6년이라는 공백 후에, 6번째 음반을 들고 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거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솔직히 이번 음반이 기대만큼은 좋지만 기대보다 완벽에 가깝지는 않다는 데서 온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지난 5집이 상당한 명반이었기 때문에, 그만큼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불구, 왠만하면 평가절하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 음반이 평작이라는 평가까지 하더라.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 음반은 평작까진 아니고, 수작이다. 명작, 걸작까진 무리라도. 지난 5집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아주 살짝 떨어진다. 물론, 다른 누군가가 만들었다면 걸작으로 평가되었을 수도 있겠다. 쌓아둔 명성과 타이틀이라는 게 가장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그 위치에 올라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달콤한 딜레마일 것이다.

그러저러해서 나는 결국, 이 음반에 별 5개를 주지는 못하겠다. 정확히 따지고 들자면 평점 3.8~3.9점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 참고로, 지난 5집은 4.4~4.5점 정도.

음악에 있어서 (특히 대중 음악의 범주에 들어가는 곡들에 있어서), 관건은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꽂히는가' 라고 생각한다. 물론 들을수록 좋은 곡들도 좋지만, 그건 사실 거의 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신곡이 생각보다 별로라면 '들을수록 중독될지도 모르잖아'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번 들어보는 노력을 하지만, 만약 내 관심 밖의 아티스트의 곡을 처음 들었을 경우, 그 곡이 그다지 귀에 확 박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 취향도 아니라면 나는 그 곡을 굳이 여러번 들어가며 '그래도 들을수록 좋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생각하는 수고를 하진 않는다. 성급하게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있어 나와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음반이 저번 음반보다 못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5집을 처음 들었을 땐 단번에 꽂힌 곡이 무려 7~8곡에 이르렀던 것에 비해 이번 6집에선 겨우 2~3곡 정도뿐이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포스가 약해졌다는 건 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인 듯 하다.

처음 들었을 때 제일 꽂혔던 곡은 김형중 보컬의 '크리스마스 카드'. 그냥,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좋은 사람'하고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됐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새로운 시도를 가장 덜한 곡이라 편안해서였을지도. 어쨌거나, 좋았다. 그리고 조원선 보컬의 'Bon Voyage'도 좋았고. 일렉트로니카가 토이 풍으로 잘 해석됐고, 조원선 보컬도 나무랄 데 없이 잘 어울렸다. 토이 곡들의 묘미에, 적확한 보컬의 기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할 정도로 제대로 된 보컬 선정이었던.

그리고 처음엔 별로였으나 들을수록 좋아진 곡에는, 먼저 타이틀곡인 이지형 보컬의 '뜨거운 안녕'. 개인적으론 복고풍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곡을 들었을 때 '이거 뭐야, 너무 촌스럽.. 무슨 에어로빅 내지는 단체 체조 배경 음악같...' 이랬었는데, 그래도 난 토이의 팬이기 때문에 (정말?) 유희열씨가 타이틀로 선정한 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여러 번 들었다. 그랬더니 과연, 중독됐다. 소중했던 내 사랑아 이젠 안녕- 하는 부분이라던가,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하는 부분이라던가. 은근히 중독. 다만, 보컬을 이지형으로 기용한 것은 무난하긴 했으나 탁월함까지는 아니지 않았나 싶다. 만들어진 곡 자체에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고, 그냥 무난했다는 느낌.  

그리고 또, 김민규 보컬의 '안녕 스무살'도 들을수록 좋아진 곡 중 하나. 묘하게, 토이 노래인 듯 아닌 듯한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곡 자체가 좋다. 가사도 마음에 와닿고. 무엇보다 보컬 선택을 잘 했다. 정말 잘 소화해냈다는 느낌. 뒷부분 가성 처리도 좋았고. 김연우 보컬의 '인사'도 들을수록 괜찮다. 다만, 이 곡은 처음 들었을 때 실망이 매우 컸던 곡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듯. 사실 김연우 보컬 라인의 발라드들이 굉장히 좋았었기 때문에 이번 음반 중 기대가 가장 컸던 곡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번 곡은 전작들에 비해 포스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포인트가 약해서 귀에 잘 익지가 않는다는 게 흠이고, 멜로디의 중독성이 약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나처럼 가사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멜로디의 약세는.

 기대 이하였고, 여전히 그저 그런 곡들은.. 먼저 성시경 보컬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 제목 봤을 때부터 이상했다. 아니 딸은 고사하고 결혼도 안 한 사람한테 왜 저런 곡의 보컬을? 하는 생각. 성시경은 감정 이입이 잘 됐을지 몰라도, 듣는 내가 이상했다. 유희열 본인이 부르기엔 쑥스러웠다니 그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결혼을 해서 딸이 있는 사람으로) 보컬을 썼으면 낫지 않았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그리고 더욱이, 곡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사실 난 '소박했던, 행복했던' 같은 풍의 쓸쓸한 발라드를 기대했는데.. 그리고 루시드 폴 보컬의 '투명인간'. 이 또한.. 내 기대와 심히 어긋났던 곡. 미니멀한 일렉트로니카, 장르 자체는 좋다. 컨셉과 가사도 신선했다. 그러나.. 나는 루시드 폴과 토이가 만났을 때 보여줄 수 있을,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잔잔한 발라드를 기대했기에. 둘 다 서정성으로 유명하잖은가 말이다. 그런 둘이 함께 작업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대가 컸었는데.. 그래서 처음 들었을 때 그야말로 '이건 뭐야' 했었다. 물론 듣다보니 처음보단 나아지긴 했지만.. 이건 새로운 시도에의,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과로는 쳐줄 수 있어도 명곡까진 아닌거다. 안타까워라.

뭐.. 여기까지, 감히 토이의 이번 6집을 논해보았다. 전반적으론, 어쨌거나 일단은 고맙습니다, 라고 할 만하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카드'는, 내가 정말 오랜만에 무한반복해서 들은, 푹 빠진 곡이었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전히 다른 왠만한 음반들에 비해선 좋은 음악들이 많은 음반이 바로 이번 토이 6집이니까. 그러니 사실 불평 불만도, 다 애정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어쨌거나, 이렇게 툴툴거려도 또 새 음반 나온다 하면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기다릴 팬들이 은근히 많으니까 (이젠 은근히가 아닌가? 윤하 사건을 보면...), 부담 팍팍 갖고 앞으로도 좋은 곡들 많이 만드셔야 합니다! (절대로 협박이라구요, 하하)  앞으로 또 7년이 걸릴지 8년이 걸릴지, 아니면 10년 이상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유희열씨 당신은 언제나 토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에게,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 그런 멋진 곡들을 들려줄거라는 믿음 하게, 언제까지고 기다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눈이 튀어나오고, 목도 빠질 정도로 열렬하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