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눈, 비, 바람과 더불어 왔다.

호된 시작이지만 마을을 굳건히 하기엔 더할나위 없다.

꽝꽝 얼어붙은 현관문을 밀어내고 뜨거운 입김 호호 뱉어내면서 얇게 깔린 눈얼음을 밟으며 웃을 수가 있어서 좋다. 정신이 번쩍드는 이런 날이 좋다.

밤새 자글자글 끓던 난로 위의 주전자는 아침이 되어도 기운차다.

물이 끓는 모양에는 마법사의 손끝이 닿아 있는 듯, 뜨거움은 곧 열정이다.  

아무리 뜨거운들, 신비 가득한 차향과 어우러진 입맛은 안식을 주니

거기가 곧 천국이 아닐까. 

이 겨울이 가도 나는 이 자리에 앉아 한 잔의 차를 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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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을 좋아했던 날들이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리고 있고 월요일은 멀다는 이유로. 하지만 이젠 좋은 소식을 가져오면 좋은 날일 뿐이다. 반갑지 않고 석연치 않은 손님이 다녀간 오늘은 내내 찜찜함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소심증의 발동이다. 거짓말에 익숙한 사람을 만난 후엔 후유증이 더 크다. 물론 예전보다야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고 어지간해서는 무던하게 넘어가려 애쓰고 있지만, 완벽히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부를 땐 친구이기 보다는 왠지 동무라는 느낌이 강하다. 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유년을 공유했던 동무들은 깊은 추억 속에 잠들어 있다가도 한번씩은 이렇게 깨어난다. 30년도 더 지난 후의 전화 한통에서, 가물가물 아슬라한 기억 속, 순수함의 절정을 이루던 때의 그리움 가득한 이름들을 부르다가. 오늘, 명경의 전화가 그랬다. 동무야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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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7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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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갖고 싶은 열망에 살로잡혔던 만화책이죠. 열광했죠. 만화 속에 이런 세계가 있구나, 감탄했던, 이후로 이 작가의 책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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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지마 리쓰, 돌아온 아오아라시에 감격하다.언령에 묶인 시니컬한 아오아라시도 좋았지만 약간은 능청스럽게, 조금은 뻣뻣하게 '자원봉사자'라 스스로를 부르며 돌아온 아오아라시가 더 멋졌다. 나도, 감동 먹었다.

어떤 식으로든 리쓰와의 관계는 계속될 줄 알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음에도 부자유스런 인간의 몸으로 다시 돌아오고말다니 한편으론 웃음도 나고 가엾기도 했다. 

호법신을 잃은 리쓰와 자유를 찾았노라 자부하는 아오아라시가 이후 어떻게 얽힐지 사뭇 기대된다. 이 만화는 늘 제자리에 있는 듯, 지루함을 주다가 이렇게 한번씩 성장하고 있어 끊을 수가 없다. 가능한 천천히 읽어야 기다리는 시간이 덜 무료한, '백귀야행'이 있어 행복한 한사람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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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블루였다. 내가 원한 건 옐로우. 불쑥 짜증이 날 듯 하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블루 두 개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지 싶다. 붕 뜨지 않고 착 가라앉은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12월과 닮았다. 

들뜸과 기대가 차가운 하늘과 공기와 어우러져 점점 단단해져 간다.  겨울이 좋다. 12월이 좋다.

 

연락이 없던 지인에게 문득 소식을 넣었다가 항암 치료 중이라는 메세지를 받았을 때의 경황없음이란. 그녀의 선함과 맑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에 깃든 병 앞에서는 아무말도 할 수 없다. 건강해. 건강하지? 건강하기를.. 주문처럼 외우던 말들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건강도 함부로 입에 담아선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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