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을 좋아했던 날들이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리고 있고 월요일은 멀다는 이유로. 하지만 이젠 좋은 소식을 가져오면 좋은 날일 뿐이다. 반갑지 않고 석연치 않은 손님이 다녀간 오늘은 내내 찜찜함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소심증의 발동이다. 거짓말에 익숙한 사람을 만난 후엔 후유증이 더 크다. 물론 예전보다야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고 어지간해서는 무던하게 넘어가려 애쓰고 있지만, 완벽히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부를 땐 친구이기 보다는 왠지 동무라는 느낌이 강하다. 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유년을 공유했던 동무들은 깊은 추억 속에 잠들어 있다가도 한번씩은 이렇게 깨어난다. 30년도 더 지난 후의 전화 한통에서, 가물가물 아슬라한 기억 속, 순수함의 절정을 이루던 때의 그리움 가득한 이름들을 부르다가. 오늘, 명경의 전화가 그랬다. 동무야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