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어쩐지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기분이다. 한때는 매일 매일 들여다보던 곳인데 감회가 새롭다. 바꾼 기계식 키보드를 어루만지며 간만에 그리운 흔적들을 찾아보고 더듬어보고 추억에 젖어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분도 계시고 ... 다른 둥지를 찾아 떠난 분도 계시고, 나처럼 일상에 치여, 게으름에, 귀찮음에 마음이 멀어진 분들도 계시리라. 다들 무탈하게 안녕들 하시리라 믿는다. 긴 시간을 지나왔어도 여전히 내가 나이듯이 그들도 그러하리라. 6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꽃은 피고 지고 열매는 알알이 영글어가는, 푸르른 청포도가 지붕을 타고 담벼락을 타고 주렁주렁 매달린 오랜된 낡은 집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단 하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벌써 몇 년이 흘렀건만 그리움과 애달픔이 가시실 않았다는 것 뿐. 할머니의 채취가 밴 집을 떠나지 못하고 추억과 미련과 흔적들을 끊어내지 못하고 아직은 살아낸다. 버틴다. 이쁘지만 말썽꾼인 강아지랑, 바람이랑, 때때로 비랑 그리고 수많은 낮과 밤들이랑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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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사색에 잠겨보는 게 얼마만인가. 일을 시작한후 바빴다는 변명을 해본다. 어떤 단어를 떠올리고 쓰고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스쳐 지나가 잊혀지고 흩어지던 무수한 쓰레기 단어들은 있었지만 기록하여 읽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가을이라는 계절 탓일지도 모른다. 괜시리 센티멘탈해져서는 소소하고 시답잖은 글 한 조각에도 감동을 먹으니까. 그리고 사람, 잊혀지려하고 잊고 싶은 사람도 떠올랐다. 아, 슬프다. 쓸쓸하다. 문제는 인간이었다. 다른 모든 건 합리화시켜 납득해도 인간의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그는 변하지 않을테니까. 나도 용서하고 이해하지 않을테니까. 그럴 만용, 바다와 같은 넓은 가슴이 내게는 없다. 유감이다. 이런 사람, 여자라서.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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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많아지고 생각은 짧아지는 모양이 어째 쓸쓸하다.

웃음이 많아진 것과도 관계가 있는 건지도.

웃음과 말은 사이좋은 자매니까.

나이 듦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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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선인장 꽃이 피고 진다. 화사함을 넘어선 요사스러움...일명 마녀의 꽃.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반짝임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너무 짧아서 슬픈 꽃의 생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아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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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이 돈의 가치로 환산되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걸 알아. 사람들과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지. 길을 걷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쳤어. 그녀는 내가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하여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단정하지. 설렁설렁 사는 걸 용납하지 않아. 어디서 어떻게 일하면 얼마를 벌 수가 있는데 왜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묻지. 그런 삶이 행복하셨어요? 묻고 싶었지. 온갖 불법 때로는 편법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데 정직한 길만을 찾아서 가는 걸 의아해 하지. 대다수가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 걸 나는 도통 알수가 없어. 불가능에 가깝지.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죽을지언정. 혼자만 맑은 물에서 사는 건 삶이 아니라고 말하지. 적당히 더렵혀진 더러운 물에 살 수가 있어야 진짜 삶이라고 말하지. 신이시여, 정말 그런가요?  제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요. 시장엘 가서 진짜로 정직하게 순박하게 사는 얼굴들을 만났어. 봄나물 한 그릇을 놓고 하염없이 앉아있는 할머니들 아주머니들. 그들 앞에 서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어. 그리고 슬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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