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어쩐지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기분이다. 한때는 매일 매일 들여다보던 곳인데 감회가 새롭다. 바꾼 기계식 키보드를 어루만지며 간만에 그리운 흔적들을 찾아보고 더듬어보고 추억에 젖어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분도 계시고 ... 다른 둥지를 찾아 떠난 분도 계시고, 나처럼 일상에 치여, 게으름에, 귀찮음에 마음이 멀어진 분들도 계시리라. 다들 무탈하게 안녕들 하시리라 믿는다. 긴 시간을 지나왔어도 여전히 내가 나이듯이 그들도 그러하리라. 6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꽃은 피고 지고 열매는 알알이 영글어가는, 푸르른 청포도가 지붕을 타고 담벼락을 타고 주렁주렁 매달린 오랜된 낡은 집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단 하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벌써 몇 년이 흘렀건만 그리움과 애달픔이 가시실 않았다는 것 뿐. 할머니의 채취가 밴 집을 떠나지 못하고 추억과 미련과 흔적들을 끊어내지 못하고 아직은 살아낸다. 버틴다. 이쁘지만 말썽꾼인 강아지랑, 바람이랑, 때때로 비랑 그리고 수많은 낮과 밤들이랑 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