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불쾌하지만 익숙한, 적응하기 싫은

아랫배를 끌어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화장실에 갔다.

약간의 어지러움, 메스꺼움에

짜증, 불안, 초조

무한 반복의 악몽 같은

날짜는 불변의 불규칙성

부정할 수 없는 호르몬의 반격이다.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죄를 찾아 고해라도 하면 고통이 사라질까.

, 궁금했다.

이건 무엇에 대한 벌일지

그 존재가 의심스런 신이 내린

인간, 여자에 대한

 

마음이 유리 같다.

부서질 듯 투명했을 시절은 가고

무수한 손가락 지문으로 더렵혀진

닦고 또 닦아도

남아있는 얼룩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모두에게는 각자의 방이 있다.

숨어있기 좋은 방

짧은 오수, 꿈을 찾아가는 시간

마실 나간 엄마를 찾아 나선

길 잃은 어린아이

흙투성이 꼬질꼬질한 주먹 안

설움 한 가득

가도 가도 끝없는 꿈 길

놀라 깨어나는, 낯선

닫힌 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열대야

 

 

마치 금붕어가

물 없는 어항에서 퍼덕이듯

사방이 꽉 막힌 상자에서

겨우 숨을 뱉어내는

질식 직전의

얼굴에는 수분 충만한 팩을 부치고

 

고즈넉한 저녁과 밤의 중간쯤

배웅도 마중도 없이

기다리지 않는다고 그립지 않은 건 아닌데,

속절없이 빗소리는

지붕 위에서 탭댄스를 춘다.

 

현재 기온 섭씨 32

긴긴 밤의 길목을 지키는

갈색의 개는 무료를 견디다가 엎드려

꿈과 잠꼬대의 경계에 있는지

냅다 발차기를 한다.

 

써큘레이터의 날개는 돌고 돌아

축 쳐진 빨래에 숨을 불어넣는다.

절대 고독의 열대의 밤이다.

7월의 정원에는

검은 모기떼가 기승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책 길

이른 저녁 즈음

지친 걸음을 재촉하는 시간

골목 어딘가에 쓰레기가 쌓이고

 

 

흩어지고 밟혀 내장을 드러낸

들짐승의 사체처럼

악취와 파리 떼 꼬이고

그 쓰레기 옆 수명이 다한 폐기물들이 놓이고

 

누군가는 개똥이 더럽다고 손가락질을 하는데

개똥은 단지 개의 배설물이지

인간의 버려진 양심에 비할 바가 아니지

파렴치하고 구차스런 쓰레기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

개에 대한 모독이지

 

오늘도 개와 산책을 하며

배설물을 수거하며

개에게 이르길

쓰레기 옆은 피하 개

저런 인간은 따라하지 마라 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 그은 선이 있고

누군가 그어놓은 선이 있다

배척하거나 당하거나

멸시하거나 모멸감을 느끼거나

부자는 빈자가 넘는 선을 예민하게 주시 하고

가차 없이 분명하게 조용히 선을 내리 긋는다.

사람 좋은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서늘하게

 

냄새가 난다는 말을 쉽게 뱉은 기억이 있다.

말하는 자의 우월감?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냄새가 난다에 드리운

말의 잔인함과 배려 없음, 무시, 오만에 대해 자각했다.

 

남자 기택의 자존심이 파열음을 내며 부서지는 순간,

무계획적인 살인 본능이 합리적인 이성을 짓밟는 때,

삶에, 몸에 밴 냄새를 지울 수 없다는 자괴감에 무너질 때

저 깊은 지하세계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가 있었다.

 

한없이 평평한 세상을 꿈꾸었다.

계단이 없는

사다리가 필요 없는

우박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도

침수되지 않는 땅

가난이 오물처럼 쏟아지지 않는

불가능한 세상

 

지하에 갇힌 아버지를 위해

꾸는, 아들의 꿈은

그래서 먹먹했다.

죽거나, 죽이거나

파국이 아니면 전복될 수 없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