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은 선이 있고

누군가 그어놓은 선이 있다

배척하거나 당하거나

멸시하거나 모멸감을 느끼거나

부자는 빈자가 넘는 선을 예민하게 주시 하고

가차 없이 분명하게 조용히 선을 내리 긋는다.

사람 좋은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서늘하게

 

냄새가 난다는 말을 쉽게 뱉은 기억이 있다.

말하는 자의 우월감?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냄새가 난다에 드리운

말의 잔인함과 배려 없음, 무시, 오만에 대해 자각했다.

 

남자 기택의 자존심이 파열음을 내며 부서지는 순간,

무계획적인 살인 본능이 합리적인 이성을 짓밟는 때,

삶에, 몸에 밴 냄새를 지울 수 없다는 자괴감에 무너질 때

저 깊은 지하세계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가 있었다.

 

한없이 평평한 세상을 꿈꾸었다.

계단이 없는

사다리가 필요 없는

우박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도

침수되지 않는 땅

가난이 오물처럼 쏟아지지 않는

불가능한 세상

 

지하에 갇힌 아버지를 위해

꾸는, 아들의 꿈은

그래서 먹먹했다.

죽거나, 죽이거나

파국이 아니면 전복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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