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길
이른 저녁 즈음
지친 걸음을 재촉하는 시간
골목 어딘가에 쓰레기가 쌓이고
흩어지고 밟혀 내장을 드러낸
들짐승의 사체처럼
악취와 파리 떼 꼬이고
그 쓰레기 옆 수명이 다한 폐기물들이 놓이고
누군가는 개똥이 더럽다고 손가락질을 하는데
개똥은 단지 개의 배설물이지
인간의 버려진 양심에 비할 바가 아니지
파렴치하고 구차스런 쓰레기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
개에 대한 모독이지
오늘도 개와 산책을 하며
배설물을 수거하며
개에게 이르길
쓰레기 옆은 피하 개
저런 인간은 따라하지 마라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