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가 넘어서 떡집엘 들렸다. 무려 30퍼센트라는 할인율이 저녁 외출의 이유다.  할머니께 드릴 흑임자인절미랑 약식을 샀다. 길은 질척거리지. 내리는 눈 역시 축축하지. 머리 위로 모자를 눌러써도 얼굴에 떨어지는 젖은 눈의 느낌이 시렸다. 요상한 날씨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건너편에 서 있던 청년 둘이 풀썩 쓰러진다.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119가 필요한 상황인가 유심히 보지만 주변에 서 있는 또 다른 청년도 일행인 듯 하고, 초록불에 건너가며 흘낏 바라보니 인사불성이다. 추적추적 눈비가 내리는 스산한 저녁에 저들은 무슨 사연일까.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관심으로 바빴다. 나 역시도 빠르게 행여 이상한 시비에 얽힐까 봐서 스쳐 지나갔다. 김치만두랑 김밥을 포장해 돌아오는 길에도 그들은 여전히 젖은 길바닥에 앉아 실라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어디 건물 안으로라도 들어갈 것이지. 엉덩이며 허리 등이 다 젖어있다. 진짜 아는 관계일까. 아님 무슨 범죄의 현장일수도. 별별 생각이 났지만 쌩하니 집으로 종종 걸었다. 부디 아무일도 아닌 헤프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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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처럼, 꿈인 듯이, 눈이 아니 꿈이 내린다.

지상의 지치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로하듯 하늘에서 내려보낸 쌀가루가 흩날린다. 

소복하게 쌓인  먹음직한 백설기가 눈이 닿는 모든 그릇에 담겨 있다. 

밟기조차 아까워 조심스레 퍼올려 눈의 산을, 꿈의 강을 만든다.

단팥을 넣어 호빵을 만들까. 길쭉길쭉 가래떡을 뽑을까.

무엇인들 불가능하랴. 여기는 천국인데.

이 밥, 혹은 이 떡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 

오늘 하루 간절히 기도하고 믿는 이에게.

진실로 여기는 천국이었다.

 

일주일을 앓았더니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다. 독한 날씨만큼 독한 감기에 된통 당했다.

서민, 서민, 서민도 아닌 인간들이 서민 어쩌구 하는 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자니 황당하다.

서민이 무슨 탁구공도 아니고, 주거니 받거니 서민이 걱정된다느니 잘 살피겠다느니 , 진심으로 화가난다. 무려 대통령과 당선자가 마주보고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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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9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12-12-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고 반갑습니다~~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의 비장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에 놀란 사람이 나 뿐일까. 하긴 대통령를 뽑는 일은 다른 어떤 선거와 비할 바가 아니지만, 투표를 기다리는 긴긴 줄은 내 생애 선거 중 아마도 처음인 듯. 동생에게서도 방금 전화가 왔는데 사람이 많아 놀랐단다. 11시 경에 투표한 나도 그랬다. 금방 찍고 오려니 했다가 한참을 기다렸다. 나쁘지 않다. 예감이 좋다. 대체적으로 중년층과 청년층이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바뀐다고 퍽퍽한 삶이 윤기가 잘잘 흐를 거라고 믿진 않는다. 그럼에도 고인 물을 퍼내고 새 물꼬를 틀 용기를 가진 누군가의 희생과 결단력, 썩은 살을 과감히 도려낼 불굴의 의지에 대한 기대가 있다. 저 아래 가장 낮은 바닥에 엎드려 사는 사람의 , 돈이 아닌 인간을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ㅇ 대한 꿈을 꾼다. 대통령의 자리는 고통스럽고 불면의 시간이 함께하는 바늘방석인데,  그 자리에서 부와 권력을 쌓고 투실투실 살이 쪄서 퇴임하는 족속들은 끔찍하다. 잘못된 선택은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이번에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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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2-1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택이 어찌될 것인지는 선거가 종료된 이후에 알 수 있겠고요. 기분이 좋은 것은 선거를 줄을 서서 한다는 것입니다. 벌써 65%가 넘었다니 꿈만 같습니다. 투표율 80%를 기대해 봅니다.^^
 

굴러들어오다, 라는 말을 실감하는 중.

 

우연히 흙에 묻혔던 호박씨가 봄이 되어 싹을 틔우길레 담장 밑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더니,

여름이 다가오면서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 줄기를 뻗기 시작하며 잎이 나오고 꽃이 피는 건 순식간처럼 빠르더라. 호박씨 하나의 번식력에 거듭해서 놀라는 중이다.

힘없이 매어 놓은 줄을 타고 올라, 담을 휘돌아 가는데, 문제는 호박 넝쿨이 성장하는 속도를 공간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

 

맨 처음 열린 동그란 호박은 힘없이 떨어지고, 두 번째부터 풍선처럼 커지는 중이다. 세 번째, 네 번째도 이미 열렸다. 노란 호박꽃은 또 어찌나 어여쁜지, 울집 화단에 유일하게 노란색을 입어 주셨다.

 

꽃이 빚어놓은 모든 열매는 어여쁘다. 고추가 그렇고, 오이가 그렇고, 토마토가 그렇고, 호박도 마찬가지다. 좁아터진 마당에 빈틉없이 심어놓은 온갖 식물들과 보내는 여름은 가열차다.

장마가 시작되면 전쟁이겠지만. 그것도 여름의 다른 이름, 장마없는 여름은 여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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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인가. 해가 저물어 밤이 되면 두꺼비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마당을 기어다닌다.

 

처음에는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더니, 그 다음부터는 신기했고, 지금은 또 보네, 라는 인삿말을 건넬 정도가 됐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 지는 게 얘는 어디에 집을 짓고 살지? 였는데 그런 놀이도 있잖은가.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라는. 그렇다면 두꺼비는 집을 잘 짓는 능력자였다는 말씀이 아닌가. 얼마나 번듯한 집을 짓고 사는 지 궁금하지만 낫에는 모습을 감추니 확인할 길이 없고 어슷한 밤만 되면 어슬렁어슬렁 나타나 마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뿐. 밤을 새워 녀석을 감시할 정도의 호기심이 내겐 없으니 유감이다.

 

마당에는 두꺼비 이전에 두마리의 개가 살고 있었다. 가끔 출몰하는 쥐나 지렁이 기타 곤충이나 벌레들 등등 움직이는 것들만 보면 못 잡아 놀아 환장을 하는 개들이 신기하게도 두꺼비는 흘낏 보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발로 툭툭 건드리는 법도 없다. 코를 디밀어 냄새 한 번 맡는 것으로 끝이다. 두꺼비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는 거다. 어쩌면.. 겁을 먹은 것일까. 모를 일이다.

 

어릴 때 살던 시골에서도 두꺼비는 개구리와 달리 왠지 위엄이 느껴져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느리고 굼뜬 걸음이 경계심을 해제시키므로 사람과 개와의 한집살이가 가능한 건지도 . 어디서 와서 앞으로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 마주치면 서로 제 갈 길을 찾아 돌아서지만 어쨋거나 만나면 반가운 두꺼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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