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피고 지던 녀석의 이름이 ‘끈끈이대나물’. 오늘 꽃씨를 받아놓고서야 이름을 찾아보았다. 몹시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몰라도 그만이라는 무심함이 공존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알아야만 할 것 같은 묘한 어긋남이다. 꽃이나 사람이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관계가 돼야 신뢰와 친목이 다져지는 것을 간혹 잊는다. 편지봉투에  깨알보다 작은 씨를 받아 이름과 날짜를 적어놓았다. 내년 봄, 자그만 새싹으로 만나기를.




코스모스, 코스모스 노래를 불렀더니 이웃의 아주머니가 운동 다니러 오시는 둑길에서 슬쩍 하셨다면서 두 뼘 정도 큰 코스모스를 주셨다. 허연 뿌리가 햇볕에 드러나 축 늘어진 것을 오전에 심었는데, 저녁에 보니 바짝 곤두서 있다. 꽃을 보면 씨를 받고 싶어진다.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봄날에 뿌리고 싶다. 화원에서 예쁜 화분에 심어진 화초를 사다 놓는 것과 직접 씨를 받아 뿌려 크는 과정을 보는 건 천지 차이다.




몇 포기 얻어 심은 브로콜리도 무럭무럭 자란다. 파란 애벌레가 보여서 담배 우린 물을 아침저녁으로 분무했더니 다행히도 무탈하게 크고 있다. 시골에서 공수해온 대파도 부추 심은 사이사이로 모종했다. 흙냄새를 잘 맡아서 반듯하게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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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6-2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알만한 꽃씨에서 뿌리가 내리고 꽃잎이 생기고 꽃술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몽님의 뿌리가 내리고 술이 익기 위해 아프시되 너무 깊이 앓지는 마요.
우린 모두 알고보면 아프면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끈끈이대나물, 여름까지 졌다 폈다 하는 모가지가 길어 예쁜 꽃이죠^^

겨울 2008-06-2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대 중간 중간에 끈적이는 갈색의 액이 묻어있어 벌레를 잡는다는데,
어쩌다 재수없게 걸리지도, 좋아라 달려들지도 않는 듯 해요.

혼자라서 아프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아프면 무력감이 밀려들어서 싫어요.
한없이 작아지고 낮아져 땅으로 꺼질 듯한 그 존재감 없는 기분 참 싫잖아요.
전 여우님 아프시다는 소식 들으면 특히 많이 놀라는데요.
왠지 큰일이라는 생각에 마구 당황스럽다는.
그러니까 누구보다 건강하시라는^^


 

 

바라본다. 며칠 전 꺼내 겉먼지를 닦아내고 아직 한번도 날개를 돌리지 않았다. 병원에 들렀다가 세차게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피해 문 앞에서 서성거린 날이다. 아직은 실내가 더위보다는 추위에 가깝기도 하고 인공적인 바람이 싫은 이유도 있다.  선풍기는 불시에 들이닥칠 손님을 위해서다. 길거나 짧은 여행 뒤의 땀을 식힐. 그럼에도 시선이 자꾸 초록에 가까운 파랑에게 향한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흙 한줌 없는 집이 있다. 그 집을 보면 숨이 막힌다. 결벽증에 가까울 집주인의 부지런함도, 미성의 에누리 없는 말씨도, 맘에 들지 않는다.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면 좀 어떤가. 바지런하게 쓸면 좋고 바빠서 혹은 게을러서 골목을 좀 어지럽힌들 어떤까. 살아있는 나무가 계절 따라 잎을 떨구고 열매를 맺는게 자연스런 이치지. 애완동물이나 화초에게 나눠줄 손톱만큼의 인정머리도 없는 이웃은 사절이다. 가식적인 인사치레도 피곤하다. 열매는 부실해도 정성스레 고추나무가 담긴 화분을 관리하는 이웃, 아욱이며 상치며 토란을 심어놓고 뜯어먹는 어떤 이웃, 철마다 이름도 모를 꽃씨를 얻어다 심어놓고 소복하게 올라온 모종이 자라면 몇 뿌리씩 나눠주는 즐거운 이웃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반짝 장마 뒤의 햇살은 얼마나 반가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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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6-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풍기 꺼내놓고 정작 한번도 돌리진 않았네요. 선풍기 바람을 직접쐬는 일은 호흡기환자에게 좋지 않으므로 가급적 간접 바람을 쐬시는게 좋습니다. 선풍기 날개 바람따라 미세먼지가 따라붙잖아요. 전, 우몽님의 글을 읽으면 우몽님댁 풍경을 한번 보고 싶어져요. 마당도 있고, 꽃나무도 있고, 뜯어먹을 뭣도 있고(우리집일쎄 ㅎㅎ)이런점에서 아파트 베란다의 화초들은 무지막지한 환경인자를 강제주입당하며 버티고 있는거죠. 아파트 건축물 자재 자체가 문제 덩어리잖습니까. 단독주택이 좋은건 마당이 있고, 흙이 있고, 화분이 아닌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있다는 점이죠. 또 구석에 세워놓은 빗자루나, 물바가지, 살림살이가 자잘하게 널려 있어서 좋아요.

겨울 2008-06-2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제가 좀 늦었죠? 몸살인지 뭔지 며칠 아팠어요. 단독주택의 마당이 있고 나무가 있고 한켠에는 수돗가도 있어 걸레도 빨고 나물도 씻는 그런 집에 살아요. 상당히 낡았지만 올 봄에 페인트칠을 했더니 산뜻한 집이 되었어요. 여우님 사는 모습에서 저는 참 보고 배우는게 많아요. 소나무같기도 하고 대나무같기도 한 올곧은 모습이랑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혹은 쓸 수 있는 것이 늘 경이로와요. 그리고 전 여우님댁을 제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어요^^.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미국산쇠고기를 둘러싼 무서운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 미스터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우병 다큐멘터리!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 / 고려원북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전염병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책은 은폐와 거짓말, 거짓말 끊임없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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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분들이 일러주는대로 땅 한켠에 삽목한 국화는 거의 말라 죽었다. 물 주는 것도 거의 신경을 못썼다. 피티병에 꽂아 놓은 건 잎은 살아 있는데 뿌리가 나올 기미는 보이질 않고, 오히려 썩어가는 느낌? 암튼 애정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뭐든 저절로 크고 자라는 게 아닌데, 될대로 되라는 이 심뽀가 문제다.

마지막으로 모래에 삽목한 국화가 부디 성공하기를. 이게 실패하면 모래랑 넓은 그릇이랑 나눠주신 아주머니 볼 낯이 없다. 부디 멋지게 뿌리를 내려 이웃들에게 한 뿌리씩 선물해야만 한다.

역시 얻어 심은 제라늄도 잎이 누렇게 말랐다. 아직 뿌리가 정착을 못한 건지, 너무 습한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제라늄은 건조하게 키우는 거라고 들었지만 분갈이한지 얼마 안돼서 물을 듬뿍 줬었다. 지금은 겉 흙이 다 말랐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걸 수도 있지만 제라늄은 과거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불안하다.

엔젤트럼펫 녀석은 잎이 누렇게 되면서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삐쭉 대공만 남았다. 응애라는 해충이 원인이라는데, 잎이 다 떨어지고나서야 알았다. 새 잎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올해에 꽃을 피우기는 글렀다. 

단감나무에도 송충이가 생겼다. 바퀴벌레나 쥐, 지렁이보다도 징그럽고 무서운 놈들이다.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녀석들을 보면 온몸이 근질거린다. 나무 전체에 약을 치기는 좀 그렇고 해서 벌레가 생긴 부분만 약을 뿌리고, 벌레 먹은 가지를 꺾어 불에 태웠다. 

큰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작은 열매를 과감히 솎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화초도 마찬가지다. 뿌린 씨앗에서 올라온 새싹이 아무리 어여쁘고 귀해도 망설이지 말고 뽑아 버려야만 한다. 아는데, 파릇파릇 돋은 녀석들에게 차마 손을 못대고 바라보고만 있다.  아깝다고 제대로 솎아주질 않아 실한 마늘을 얻지 못하는 아버지를 닮아서인가. 6월 들어 쭉쭉 가지를 뻗치는 무화과나무도 마찬가지다. 뿌리 쪽에서 나오는 걸 사정없이 잘라줘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두리뭉실한 형태가 조금 웃긴데, 새 가지를 뻗치는 녀석의 왕성한 생명력은  기특하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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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날마다 한 뼘씩 자란다. 아침마다 꽃밭에 쪼그리고 앉아 한 주먹씩 풀을 골라낸다. 얼른 크라고 물과 빛을 주는 꽃은 더디기도 하건만, 이름도 모를 풀이라는 녀석은 성큼성큼 자란다. 그래도 미안하다 말 한마디는 해야 한다. 꽃이 아니라 풀이라서 어여쁨 받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뜨거운 시멘트 위로 던져지는 생의 가벼움 때문에라도.




초롱꽃이 피고 진다. 그 색은 화려하지 않아도 은근한 멋으로 벌과 나비를 부르고 있다. 작년에 서너 뿌리 얻어다 심을 때만 해도 이런 꽃을 피울 줄은 몰랐다. 땅에 납작하게 엎드려 넓은 잎만 키우고 있기에 어느 세월에 꽃을 피울까 싶어 잊고 있었다. 그러다 봄이 되어 줄기를 쑥쑥 키우더니, 가운데 줄기에서 곁가지를 사방팔방으로 뻗치더니, 종모양의 꽃망울이 주렁주렁 열리더니, 자줏빛과 흰빛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의 피어남은 경이로우며 기적이다. 혼자 보기 아까워 자랑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웃 분들이 꽃을 보더니 너도나도 한 뿌리씩 나눠 달라신다. 내년에나 꽃으로 변신한 미운오리 새끼 같은 여린 녀석들을 기꺼이 캐 드렸다. 그리고 분꽃과 백일홍과 봉선화 꽃을 선물로 받았다. 꽃은 이렇게 오고 가면서 씨를 퍼트리는 것일까. 덕분에 작년까지만 해도 황량하기만 했던 내 꽃밭이 올해는 풍성해 졌다. 씨를 받아 두었다가 심은 천사의 나팔꽃과 화초고추도 더디지만 잘 자라고 있다. 작년엔 민달팽이에게 모두 먹혀버렸던 메리골드도 아직까진 무탈하다. 징그럽게도 달라붙어 잎을 먹어치우던 민달팽이 놈들! 나타나기만 해라. 메리골드야 올 여름엔 부디 네 꽃을 보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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